"물가 2% 목표는 유연한 것" 일본은행 총재 입장선회 왜?

"달성위해 뭐든하겠다"서 후퇴
시장 요동 감안 속도조절 나서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가 기존의 '2년 안에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을 뒤집고 "2년 내 물가상승률 2% 목표는 유연(flexible)한 것"이라고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구로다는 11일 일본 도쿄에서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BOJ의 물가상승률 목표를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 그렇듯 기계적으로 고수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로다의 이번 발언은 그동안 물가상승률 2% 달성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후퇴한 것으로 WSJ는 그의 공격적인 레토릭(정치적 수사)이 누그러졌다고 평가했다. FT도 그의 발언으로 BOJ의 레토릭에 모호한 차이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일단 가장 유력한 해석은 지난주 BOJ의 대담한 양적완화 이후 엔화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지는 가운데 주가는 크게 오르고 국채시장은 널뛰기 양상을 보이는 등 시장이 급격하게 반응한 것에 대해 구로다가 속도조절에 나섰다는 것이다.

BOJ는 4일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후 시중에 공급하는 자금(본원통화)을 2년 내 2배로 늘리고 단기물 국채에 국한된 투자 포트폴리오를 장기물로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달러당 93엔대에서 움직이던 엔화가치는 일주일 만에 99엔까지 곤두박질쳤으며 닛케이225지수는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국채금리는 급등락세를 보이는 등 혼란이 가중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본이 물가상승률을 2%까지 끌어올리지도 못하고 자산거품만 키우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이날 구로다도 "심각한 자산거품이 가까워진다면 우리(BOJ)는 당연히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BOJ가 시장ㆍ경제성장률ㆍ실업률 등 다른 경제수치를 보면서 정책을 수정하거나 목표달성 시점을 연기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구로다는 "현재로서는 자산거품의 기미는 없으며 BOJ가 2년 내 물가상승률 2%를 달성하는 것을 자신한다"고 말해 당장의 정책변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