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풍 막기 역부족" 외압 시사 파장

민주 "의혹 진실 밝혀야" 청 "사퇴 유감" 선그어
朴대통령 대선캠프 출신 장훈 교수 감사위원 고사

지난 23일 전격적으로 사의를 표명한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열린 이임식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심현철기자

양건 감사원장이 26일 "외풍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며 사실상 감사원에 정치적 외압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해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양 감사원장은 이날 오전 감사원 제1별관 강당에서 이임식을 갖고 "이제 원장 직무의 계속적 수행에 더 이상 큰 의미를 두지 않기에 이르렀다. 이것은 개인적 결단이다"라고 밝혔다. 외부에서 사퇴를 종용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재임 동안 안팎의 역류와 외풍을 막고 직무의 독립성을 한 단계나마 끌어올리려 안간힘을 썼지만 물러서는 마당에 돌아보니 역부족을 절감한다"며 재임 기간 정치적인 압력이 지속적으로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양 전 감사원장은 3분여간의 이임사를 읽는 동안 "현실적 여건을 구실로 독립성을 저버린다면 감사원의 영혼을 파는 일이다" "감사업무 처리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을 덮어버리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긴다" 등 이임사 중 상당 부분을 감사원의 독립성과 관련된 언급을 하는 데 할애했다.

이에 청와대는 "자신의 결단으로 스스로 사퇴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히며 선을 그었지만 '외풍'을 둘러싼 논란은 커지는 모양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양 감사원장의 사퇴를 둘러싼 의혹 자체가 헌법에 대한 위협이자 도전"이라며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공세를 펼쳤다. 민주당은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내용의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현재 양 전 감사원장의 사퇴 배경으로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정치 감사' 논란과 감사위원 임명을 둘러싼 갈등설 등이 제기된다.

4대강 정치 감사 논란과 관련해 감사원은 외압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양 전 감사원장은 이날 이임식 전에 가진 티타임에서 4대강 감사를 지휘했던 김충환 감사교육원장에게 "4대강 감사는 원칙과 소신에 따라 된 것으로 생각한다.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인 장훈 중앙대 교수의 감사위원 제청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는 설(設)과 관련해서는 실제 감사원 내부에 이견이 존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감사원 기자실에서 간담회를 갖고 "임명 제청에 있어 좀 이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양 감사원장이 아마 인사 쪽에서 상당히 독립성을 갖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양 감사원장은 장 교수가 너무 깊숙이 (정치)활동을 한 게 아니냐고 봤던 것 같다. 기준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고 판단한 듯싶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장 교수는 전날 밤 김 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위원 생각이 없다. 신경 쓰지 마라"라며 감사위원직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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