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계 씀씀이 보니] 세금 등 비소비지출이 전체 소득의 18% 차지

■ 2014 가계 동향

지난해 가계가 세금과 연금·사회보험·이자비용을 내는 데 쓴 비소비지출은 전체 소득의 18.7%에 달한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전만 하더라도 전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7% 초반대였다.

가계부에서 비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금과 국민연금·사회보험료 등 공적 부담이 가파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수결손이 11조원에 달했던 지난해 근로소득세는 3조원이 넘게 늘었다. 특히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개편하고 소득세 최고세율(38%) 구간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으로 늘어난 세수만 1조원에 달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금리에 따른 이자비용이 전년 대비 5.8% 줄었다는 점이다.

비소비지출이 늘어나면서 경제가 살아나는 데 자양분이 돼야 할 소비활동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가계 흑자액은 94만6,800원으로 전년보다 4만6,800원이 늘었다. 흑자율도 26.6%에서 27.1%로 역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계가 월평균 100만원을 벌었다면 27만1,000원은 쓰지 않고 남겼다는 뜻이다. 가계 흑자율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22%대에 불과했다.

소비지출을 품목별로 나눠 봐도 지난해 가계는 자동차를 구입하는 데 전년 대비 29.8%, 오락·문화 서비스에 5.2%, 가사 용품에 10.2% 지출을 늘린 것 빼고는 대부분 씀씀이를 줄였다.

경기에 상관없이 소비성향이 강한 저소득층을 보면 소비위축 현상은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해 소득 1분위는 늘어나는 복지정책 탓에 소득이 5.6% 늘었지만 소비는 오히려 0.1% 줄였다. 평균 소비성향은 전년 대비 7.8% 감소했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소득 1분위는 인구구조 변화로 인해 고령층이 많은 소득 구간"이라며 "고령층이 많아진 만큼 교육비 등의 지출이 줄어들면서 구조적으로 소비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이 위축된 소비심리가 쉽게 개선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늘어난 평균수명 탓에 장년층마저 허리띠를 졸라매 노후를 대비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늘어나는 복지수요로 우리 사회 구성원의 세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다시 경기침체를 불러오면서 저성장 구도가 더욱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늘어나는 고령층의 자산이 부동산에만 편중돼 있는 등의 요인으로 구조적으로 소비심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연금이나 공적 보장을 통해 소득을 늘릴 수야 있지만 당장 해결이 어려운 만큼 당분가 소비위축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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