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전국 조합장 동시선거… 무엇이 문제길래] 무소불위 권력의 유혹에… 돈 뿌리고 후보 매수 등 비리 얼룩

선거운동 돌입 전날부터 불법사례 379건 적발
조합 인사·조직 쥐락펴락… 정치인 맞먹는 막강 파워
금품선거·후보 난립 부추겨
현직에 유리한 선거방식… 후보자 유세 금지도 문제

오는 3월11일 실시되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선거운동 첫날인 26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오이도 빨강등대 앞에서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조합장 선거를 알리며 정책 선거를 다짐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첫 농협·수협·산림조합장 동시선거가 온갖 비리로 얼룩지고 있다. 선거 시작 전부터 금품 수수 등 수백건에 달하는 불법행위가 적발되며 5억원을 쓰면 당선되고 4억원을 쓰면 낙선한다는 '5당4락'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규모가 큰 지역 농협 등 조합장의 위치가 지역 시도 의원에 맞먹는 만큼 조합장 선거에 관한 법령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는 3월11일 치러지는 전국 1,326개 농협·수협·산림조합장 선거에 입후보한 3,522명의 후보가 26일부터 2주간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했다. 선거의 평균경쟁률은 2.7대1, 지역농협은 3,036명, 산림조합은 129명, 수협은 82명의 조합장이 선출된다. 선거 유권자인 조합원은 270만여명이다.

이번 선거는 지난 2011년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으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하는 동시선거다. 개정법은 농협 자체적으로 하던 선거관리를 선거관리위원회로 바꿔 불법·비리 행위를 감시하게 했다.

하지만 전국 첫 동시선거는 시작부터 온갖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선거운동 돌입 전날인 25일 기준 선관위에 적발된 불법선거운동은 379건이다. 선관위는 이 가운데 78건을 고발하고 15건을 수사 의뢰했다. 대검찰청도 이달 초 불법선거혐의로 9건을 기소하고 72건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충남 논산의 농협 조합원은 입후보 과정에서 최근 5개월간 150여명의 조합원에 6,000만여원을 뿌려 구속되기도 하고 경남 고성의 한 축협 조합원은 현직 조합장에게 출마 포기를 대가로 2억원을 주겠다고 매수를 시도하다 구속되기도 했다.

금품 선거가 난립하는 이유는 조합장의 지위가 지역에서 워낙 막강하기 때문이다. 지역 시도 의원과 같이 4년간 임기가 보장된데다 조합의 인사·조직개편권도 쥐고 있다. 또 감사와 상임이사 추천권도 가지고 있어 조합을 틀어쥘 수 있다. 특히 조합장이 대출 결정과 한도설정에도 개입할 수 있어 지역에서는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지역 농협의 한 조합원은 "은행 예치금이 1조원이 넘는 조합은 지역에서 시장이나 시의회 의장에 맞먹는 힘을 쓴다"며 "지역 큰 행사만 가도 조합장들은 정치인들과 같은 자리에 앉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는 조합장 자리를 가늠하는 선거제도가 헐겁다는 것이다. 농협·수협·산림조합법에는 공직선거법(10년)과 달리 횡령 등으로 징역형을 받은 조합장도 5년만 지나면 다시 후보에 오를 수 있게 돼 있다. 실제로 경남의 한 조합은 전 조합장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형을 받아 직이 상실됐지만 5년이 지나자 다시 같은 조합에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공직선거법과 달리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는 조합장 후보가 전과기록을 제출할 의무가 없다. 유권자인 조합원들은 후보자의 자질조차 검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선거 방식이 현 조합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만들어진 것도 문제다. 선거 유권자인 조합원 명부를 현직 조합장은 자유롭게 볼 수 있어 임기 중에도 유권자 관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후보로 나서는 일반 조합원은 정보공개청구 등의 절차를 거쳐야 명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선거 운동은 후보 등록 이후 2주간 선거공보·벽보·어깨띠·윗옷·소품·전화·정보통신·명함만 이용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유세와 연설 등 공개적인 선거 운동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후보들이 손쉬운 방법인 금품 동원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관련 법률을 공직선거법처럼 일원화하고 후보 자격 요건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전국 첫 동시조합선거를 치르다 보니 여러 부작용과 법적 미비점들이 나오고 있다"며 "선거 이후 선관위 차원에서 법령을 보완하도록 관계부처에 요청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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