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문화계 결산] 미술

불황·그림 로비 사건 겹쳐 악전고투
미술 경매 낙찰률 60%대 급락
문경원·전준호 등 활약 돋보여

미술시장은 불황의 지속에다 각종 사건으로 악전고투(惡戰苦鬪)를 벌였다. 하지만, 한국의 현대미술가들이 고군분투(孤軍奮鬪)하며 국내외에서 낭보를 전해왔고 각종 비엔날레에서는 군웅할거(群雄割據)로 볼거리는 풍성한 한 해였다.

미술시장이 장기 불황으로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검은 돈'거래 마저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지난 6월 미래저축은행의 김찬경 회장이 퇴출 저지를 위해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에게 '그림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됐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 사건의 '단골'인 서미갤러리 홍송원대표가 불법 교차대출에 개입한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른바 '김찬경 컬렉션'에는 사이 톰블리의 '볼세나', 앤디 워홀의 '플라워',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추상',데미안 허스트의 '나비', 박수근의 '두 여인과 아이' '노상의 여인들' 등 수백억원대 작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미술품이 '검은 돈'의 수단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미술품 거래는 더욱 줄어들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들 저축은행에서 압수한 미술품 2,000억원 어치를 서울옥션 등 경매업체를 통해 해외에서 매각했다.

잇단 사건으로 인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될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에 반대하는 미술계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미술품 경매시장은 낙찰률이 60%대로 급락하기도 했고 인사동에는 문을 닫는 화랑도 늘었다. 그 와중에 보물 제585호인 서화첩 '퇴우이선생진적첩'이 K옥션의 9월경매에서 34억원에 낙찰돼 국내 고미술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는 11월 홍콩경매에서 21억원에 낙찰돼 한국작가의 해외경매 최고가 기록을 썼다.

한편 가요계에서 싸이가 활약했다면 미술계에서는 작가 듀오 문경원ㆍ전준호의 활약이 눈부셨다. 이들은 미술의 역할을 묻는 공동작업을 통해 세계 최고권위의 미술행사인 카셀도쿠멘타에 한국작가로는 20년만에 참여하는 성과를 이뤘으며 광주비엔날레에서는 최고상 격인 '눈미술상',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휩쓸었다.

카셀도쿠멘타에서는 중앙역 역사에 블라인드 작품을 선보인 한국작가 양혜규도 주목 받았다. 그는 독일 뮌헨현대미술관 중앙홀에 대형작품을 설치하는 등 해외에서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였다. 작가 이수경은 세계3대 비엔날레 중 하나인 시드니비엔날레에 참가했고, 독일 NRW 주정부와 교류하는 '트란스페어' 프로젝트에는 함경아ㆍ정연두ㆍ김기라 등의 작가가 참여했다.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는 김수자, 서도호 등은 올해 국내에서도 전시를 열었는데 특히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린 서도호의 개인전은 개관 이래 최다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한편, 9월에는 광주, 서울, 대전, 대구, 부산에서 연이어 비엔날레가 개막했다. 볼거리는많았지만 총 예산이 180억원이 넘는 이들 비엔날레가 문화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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