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가 자산 등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 채권자로 하여금 돈을 못 받게 만들 수 있는 허점을 개선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신용보증기금이 B씨 등 5명을 상대로 낸 사해행위 취소 소송에서 B씨 측 손을 들어준 2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서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02년 A건설사는 신보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5억원을 대출했으나 갚지 못하고 부도가 났다. 당시 연대보증을 섰던 이 회사 대표는 빚이 9,000여만 원 남은 상태에서 마지막 자산인 빌딩을 B씨 등에게 매각했다. 빌딩을 가등기한 B씨 측은 다시 C씨 등에게 빌딩을 넘겼고 C씨 측은 가등기를 넘겨받은 데(부기등기) 이어 본등기까지 마쳤다. 이에 신보는 중간 수익자인 B씨 등을 상대로 ‘나머지 돈을 갚으라’며 소송을 냈다. 1심은 신보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또다시 넘겨받은 사람(전득자)인 C씨가 이미 본등기까지 마쳤다면 B씨 측에 더는 돈을 갚을 의무가 없다며 1심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익자(B씨 측)는 가등기 및 본등기 이전으로 발생한 채권자의 담보부족에 대해 원상회복을 해야 한다”며 B씨 등에게 배상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현 판례상 C씨와 같은 전득자가 부기등기를 마쳤으면 B씨와 같은 수익자에게 배상의무가 없었으며, 특히 전득자가 자신의 행동이 사해행위인 줄 몰랐을 때 채권자로서는 아예 돈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종전 판례를 변경해 전득자가 부기등기·본등기까지 마쳤다고 할지라도 수익자에게 배상 의무가 있다고 한 것”이라며 “채권자 권리구제의 길을 열어놓은 점에서 의미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