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현행 6단계로 구분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3~4단계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전기 사용환경 변화에 따라 요금제를 재설계하면서 요금 현실화 효과도 노린다는 것인데 결국 서민들의 부담만 늘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13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조석 지경부 2차관은 최근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방안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무역ㆍ에너지소위원회에 보고했다. 핵심은 현재 6단계로 나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구간을 3∼4단계로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요금제 구간은 ▲1단계(사용량 100㎾h 이하) ▲2단계(101~200㎾h ) ▲3단계(201~300㎾h) ▲4단계(301~400㎾h) ▲5단계(401~500㎾h) ▲6단계(501㎾h 이상)로 구분된다. 1kWh당 요금은 저압용이 1단계 59.10원, 2단계 122.60원, 3단계 183.00원, 4단계 273.20원, 5단계 406.70원, 6단계 690.80원으로 6단계가 1단계의 약 11.7배에 달한다.
지경부가 마련한 개편안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가장 비싼 구간과 가장 싼 구간의 요금 격차는 3∼8배로 줄어든다. 대량 사용자의 요금 부담은 줄이는 대신 월 250㎾h 이하 사용 가정의 부담을 늘려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예컨대, 요금제 구간을 200㎾h씩 3단계로 하고 요금 격차를 최대 3배로 설정할 경우 월 50㎾h, 150㎾h, 250㎾h 사용자는 지금보다 각각 3,121원, 3,832원, 4,286원씩을 더 내야 한다. 반면 350㎾h, 450㎾h, 601㎾를 쓰면 요금이 각각 5,379원, 8,738원, 5만4,928원이 줄어든다.
정부가 이 같은 개편안을 마련한 것은 국회 등에서 끊임없이 누진제 개편 요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2인 가구 급증으로 싼 요금의 혜택을 받는 이들이 너무 늘어나는 반면 에어컨ㆍ전기난방 사용 증가로 3~4인 가구가 '요금 폭탄'을 맞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제기된다.
지경부는 상반기 안에 요금 체계를 가다듬어 국회에 다시 보고할 방침이지만 시행 여부는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경부 관계자는 "늘어나는 1~2인 가구의 상당수가 노인가구인 점 등을 고려하면 누진제 개편의 타당성이 반드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며 "국민적 합의를 이뤄야 될 사항인 만큼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