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역사인 O사에 파견된 한국철도공사(코레일) 퇴직 직원 2명은 각각 1억원가량의 연봉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하는 일은 거의 없다. 이 민자역사에 코레일에서 출자하면서 퇴직 직원을 받으라고 해서 낙하산으로 나와 있을 뿐이다.
이처럼 코레일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1급 이상 퇴직자 54명을 민자역사를 비롯한 출자회사와 자회사에 재취업을 시켰다. 이중에는 경영이 부실한 민자역사까지 포함돼 경영난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코레일 스스로도 현재 13개 민자역사에 557억원 이상을 출자했으나 부평역사 등 7개 역사에서는 배당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정치권이 공기업에 낙하산을 내려 꽂는 것에서 배워 공기업 스스로 자신들의 자회사와 출자회사에 퇴직자들을 심는 낙하산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15일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 공기업개혁분과위원장인 이현재 의원에 따르면 코레일과 남동발전 등 30개 공기업들이 412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며 퇴직자들을 대거 내려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들이 퇴직 직원들의 재취업 차원에서 자회사와 출자회사에 잇따라 낙하산을 내려 꽂으면서 경쟁력을 떨어뜨리며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근 5년간 30개 공기업(자회사와 손자회사 412개)에서 144명의 퇴직자가 자회사나 출자회사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공기업 자회사는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간섭을 받던 1999년에 131개사가 정리돼 330개로 줄었다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레일뿐만 아니라 남동발전도 2009년부터 5년간 무려 44명의 퇴직자를 자회사와 출자회사에 보냈다. 중부발전도 같은 기간 6명을 자회사와 출자회사에 심어줬다. 석유공사(9명), 토지공사(현 LH)(7명), 도로공사(6명), 지역난방공사(7명), 가스공사(4명), 관광공사(3명) 등 다른 공기업들의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공기업들은 자회사와 출자회사에 대한 낙하산도 모자라 방만경영도 일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례로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의 경우 해외사업에서 과당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독립적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며 중복투자에 따른 비효율과 자원낭비가 발생한 것이다. 인도네시아에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총 11개의 지사를 운영하는 게 한 예이다. 심지어 이들은 해외에서 입찰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나란히 입찰에 참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코레일은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의 자동차 대여, 택배 사업이 코레일관광개발의 렌터카, 코레일로지스의 무인택배 사업과 겹친다.
이 의원은 "공기업들이 출자회사를 통해 지속적인 사업확장을 벌이고 있으나 기획재정부의 관리가 미흡하다"며 "자회사 신설 및 협의규정을 법률로 규정해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