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양도차익 과세 가닥] '언제·얼마나·어떻게' 빠진 뜬구름 합의… 입법과정 수정 가능성

세율 과도하면 거래절벽 낮추자니 세수효과 미미
과세 형평성도 딜레마… 2016년 개시 장담 못해
거래세·양도세 버무린 이태리식 모델도 거론


여야가 22일 국회 조세개혁소위원회에서 파생금융상품거래 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매기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언제부터' '얼마나' '어떻게' 과세할지는 풀지 못했다. 과세 시기와 세율, 적용 방식을 놓고 구체적인 의견 접근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조세개혁소위 위원들은 하반기 중 국회에서 세법의 얼개를 짜는 조세소위원회를 통해 각론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양도세 과세에 따른 시장충격을 우려하는 정부 금융정책 당국과 금융업계, 투자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국회 입법 과정이 순항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양도세 과세 실효성과 형평성의 문제도 만만찮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어 자칫 정부가 오는 2016년을 목표로 잡았던 파생상품 과세 일정에 맞춰 세법이 개정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양도세 과세시 초래될 '거래절벽'이나 '쥐꼬리 세수'의 부작용 중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도 장애요인이다. 세율을 과도하게 높이면 파생상품거래가 절벽에서 떨어지듯 급락하는 충격이 우려되고 그렇다고 세율을 낮추자니 걷히는 세금수입이 미미해 유명무실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와 국회가 각각 연구용역을 통해 추정한 파생상품 과세 시뮬레이션 결과는 이 같은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줬다. 이 중 국회예산정책처는 조세소위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파생상품 과세 방안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서 파생상품에 대해 10%의 비교적 낮은 양도세율(기본공제 250만원 적용)을 매길 경우 연간 세수가 약 163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조세행정비용은 크고 세수효과는 작다"는 게 예산정책처의 진단이다.

물론 양도세율을 20% 이상으로 높이면 세수는 조금 더 올라갈 수 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기획재정부의 주문을 받아 작성한 '파생상품 과세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서 지난 2011~2013년의 거래량을 기초로 할 때 양도세율 10%를 적용하면 한 해 735억4,000만~951억8,000만원의 세금이 걷힐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이는 파생상품시장에 한파를 몰고 와 거래를 급감시킬 수 있다. 조세연은 양도세를 매기면 투자자가 현물매수와 선물매도를 통해 차익거래 자체를 하지 않아 선물시장의 가격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예산정책처는 10%의 양도세율을 매기더라도 개인투자자의 18.3%인 4,000명이 한 명당 409만원씩의 세금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물론 양도세의 세수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반박논리도 만만찮다. 조세소위 위원장인 나성린 새누리당 의원은 "지금은 거둬들이는 세금이 많으냐 적으냐를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그동안 과세 사각지대에 있던 파생상품에도 세금을 매겨 조세정의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세개혁소위 위원장인 조정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파생상품에는 비과세하고 주식·채권에는 과세해온 기존 제도가 납세자의 투자재원 배분을 왜곡시킨다고 비판했다.

다만 거래절벽, 가격 왜곡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여전히 분분하다. 조세소위원이자 조세개혁소위원인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관계자는 "솔직히 조세소위 위원 중에 파생상품 전문가가 없다 보니 과세시 시장에서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를 자신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래서 과세의 큰 원칙에는 찬성하더라도 각론에 대해선 논의가 쉽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식 과세 모델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예산정책처가 이번 용역 보고서에서 개미투자자와 같은 개인에게는 양도세를 매기고 기관투자가처럼 거래 빈도가 높은 경우에는 투기 억제 차원에서 거래세를 매기는 방안을 소개한 것이다. 하지만 나 의원은 "이탈리아식 모델은 논의의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오는 가을께 정기국회까지 정부가 양도세 도입 방안을 마련해 조세소위에 제출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거래세 도입을 골자로 했던 기존의 세법안에 대해 추가로 수정안을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지만 여야의 압박이 거세질 경우 정부의 입장 철회나 수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국회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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