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의 충격은 다가오는 정부부채한도 상향 조정이 실패할 때와 비교하면 워밍업(준비운동)에 불과합니다."
월가의 헤지펀드인 크레이그드릴캐피털의 크레이그 드릴(사진) 대표는 연방정부가 셧다운(정부 폐쇄)에 들어간 1일(현지시간)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치권이 정부부채한도를 올려주지 않으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발생할 경우 비록 기간이 짧더라도 미 국채가 자금중개기능을 상실하면서 금융시장이 붕괴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드릴 대표는 프린스턴대, 하버드대 MBA를 거쳐 퍼스트보스턴은행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뒤 27년 전 자신의 이름을 따 크레이그드릴캐피털을 설립했다. 고객 대부분은 월가의 금융인이며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의장도 투자가로 참여하고 있다.
그는 "시장은 셧다운이 비핵심 부문으로 제한되는데다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충격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셧다운이 질질 끌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드릴 대표는 "정부부채가 한도에 이르면서 대략 10월 중순쯤에 재무부 현금이 바닥날 것"이라며 "대규모 사회보장지출이 예정돼 있는 오는 23일이 중대 기로"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잭 루 미 재무장관도 이날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에 보낸 서한을 통해 "17일에는 정부가 쓸 수 있는 현금이 300억달러밖에 남지 않으면서 하루 순지출 규모인 600억달러의 절반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회가 부채한도를 올려주지 않을 경우 미국이 국채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면서 디폴트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드릴 대표도 "디폴트가 단기에 그치더라도 미 국채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면서 자금조달기능을 상실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미 국채는 달러라는 기축통화와 함께 미 경제의 기둥인 만큼 223년 만에 디폴트가 발생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면서도 "지금과 같은 위기가 이어질 경우 미 국채시장의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월가에서는 예산안을 둘러싼 미 의회와 백악관의 치킨게임이 지속될 경우 실제 하루이틀 정도 기술적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공화당이 정부부채한도 상향 조정을 오바마케어와 연계하겠다고 벼르는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을 박는 등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토니 프라토 전 재무무 관리는 "정치권은 하루나 이틀 정도 빚을 갖지 못하는 기술적 디폴트가 발생하기 이전까지는 눈도 깜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부의 실제 예산지출 시점과 회계처리기간이 달라 부채한도 상향 조정의 데드라인이 모호하다는 점도 정치권의 오판을 부를 가능성으로 제기되고 있다. 루 장관은 17일에 정부 현금이 바닥난다고 주장하지만 의회예산국(CBO)은 22~31일로 보고 있다. CNBC는 "과거 상당수 전문가들은 미 의회가 30일 데드라인 이전까지 새해 예산안에 합의할 것으로 봤다"며 "지금은 부채한도 협상이 실패할 가능성도 열어놓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드릴 대표는 "워싱턴이 당파적으로 움직이면서 괴로움의 본산이 되고 있다"며 "해외에는 미국이 미쳐가고 있다고 볼 것"이라며 무책임한 정치권을 강력 비판했다. 다만 그는 당분간 미 증시가 급락할 가능성은 아직 낮다고 전망했다. 미 경기가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개선되고 있고 연준의 공격적인 양적완화도 유지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