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의 꽃 수탁기업협의회] < 2 > 리스크도 이익도 나눈다

대기업 - 협력사 손잡고 선박 방향타 국산화
조선용 기자재 납품사 DHMC, 현대삼호중공업과 공동 R&D
대형 선박용 제품 개발 성공
800억 수주… 매출 300억 올려

현대삼호중공업 자재구매팀 직원들과 조선 기자재 협력사인 DHMC R&D 담당 직원들이 전남 영암 DHMC 회의실에서 '스페이스 러더' 개발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삼호중공업

글로벌 금융 위기로 조선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던 2009년 현대삼호중공업과 조선용 기자재 납품 협력사인 DHMC(Daeheung Marine Corp.)는 선박의 방향타인 스페이드 러더(Spade Rudder)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조선사들이 대형 선박에 독일 BMS사가 개발한 러더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단가가 비교적 높고 품질이 떨어지는데다 특히 납기를 맞추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때마침 BMS사의 특허권이 2007년 소멸됐고 현대삼호중공업과 DHMC는 결단을 내릴 때가 다가왔다고 판단했다. DHMC가 합리적인 가격과 고사양을 갖춘 스페이드 러더 개발에 성공한다면 현대삼호중공업으로서도 안정적인 공급처를 갖게 되는 데다 수주가 늘고 있는 고속·고마력·대형 선박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터였다. 당시 국내외에서 주로 쓰는 대형선박용 러더는 회전체 부분의 과도한 침식과 소음 등의 문제가 발생해 운항 후 5년 주기로 대대적인 보강작업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1년간 연구·개발을 진행, 양사는 2010년3월 고속·대형 컨테이너선에 적합한 스페이드 러더를 개발했다. 이후 제품의 기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것은 현대삼호중공업이 도맡았다.

현대중공업 자재구매부 관계자는 "러더는 세심한 부품이기 때문에 이름이 알려진 기업이 아니면 대부분의 조선사들이 사용을 꺼린다"며 "부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협력사와 함께 리스크를 나눠 지고 제품의 성능을 입증하는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현대삼호중공업의 적용사례를 토대로 현대중공업과 성동조선, 대련조선 등 국내외 조선사들을 대상으로 발표회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DHMC는 해외 조선사 수주 물량 280억원어치를 포함 총 800억원의 수주에 성공했고 스페이드 러더로만 3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상태다.

이에 따라 전체 매출도 크게 올라갔다. 2009년 492억원이었던 매출은 올해 850억원으로 훌쩍 뛸 전망이다. DHMC 관계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스페이드 러더를 국산화하면서 DHMC는 물론 국내 조선산업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다"며 "부품기업이 단독으로 기술을 개발하는데는 시간적으로나 기술력·비용의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는데 대기업과 협력사가 공동 R&D를 통해 제품을 개발하고 바로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납품 대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던 DHMC는 2·3차 협력사에 30일 이내 현금결제 원칙을 유지하며 동반성장의 온기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또 현대삼호중공업 협력회사 협의회인 '현삼회' 내에 기술교류회가 활발해질 수 있도록 내부 홍보대사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과 수탁기업협의회인 현삼회는 기술교류회 외에도 30~40대 젊은 대표들의 모임인 '차세대 경영자 모임' 등 다양한 모임을 지원하며 협력사들이 경영노하우나 기술트렌드를 공유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협력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지난 2011년부터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등 그룹 내 조선사 협의회와 통합 협의회를 발족했다. 2012년에는 1차협력사와 2·3차 협력사가 참여하는 '동반성장확산협의회'도 만들었다.

이같은 노력을 인정받아 현대삼호중공업은 올 상반기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에 올랐고 최근 동반성장주간을 맞아 열린 기념식에서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선정하는 최우수기업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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