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도 "독립하겠다"… 이라크 분열 우려 고조

자치정부 바르자니 대통령
"혼란은 기회… 주민투표 할 것"

이라크 급진 수니파 무장세력이 수도 바그다드 턱밑까지 진격한 가운데 북부 지역 소수민족인 쿠르드족마저 독립 추진 의사를 밝히면서 이라크의 분열 우려가 더욱 커졌다.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마수드 바르자니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쿠르드인들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시간이 왔다"며 독립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는 "우리는 이제 2주 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이라크에 살고 있다"면서 "이라크는 명백히 분열하고 있고 쿠르드인은 다가온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KRG는 독립을 위한 주민투표를 조만간 실시할 계획이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주민들이 '쿠르디스탄'을 독립국가로 만드는 데 반대하더라도 그 뜻을 존중하겠다"고 덧붙였다. KRG는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가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 틈을 타 자체 정예군 조직인 페슈메르가를 통해 중앙정부와 관할권을 다투던 유전지대인 키르쿠크 지역을 장악했다. 또 서북쪽 시리아 접경 마을인 라비아·동남쪽 이란 접경 마을인 잘룰라까지 장악하는 등 기존보다 40% 늘어난 지역을 관할하게 됐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며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압박했다. 그는 "(요충지인) 모술 지역을 수니파 반군에게 뺏기기 여러 달 전부터 알말리키 총리에게 경고했지만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했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시아파와 수니파 간 화해 가능성에 대해서는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의 통치권에 대해 인정한다면 화해도 가능하지만 상황이 매우 복잡하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쿠르드족은 이라크를 비롯해 터키·이란·시리아 등에 걸쳐 거주하는 소수민족으로 이렇다 할 주권국가를 형성하지 못한 채 각국의 지배를 받고 있다. 이라크 내 쿠르드족은 500만여명으로 1991년 걸프전에서 이라크가 패배한 후 미국의 지원으로 자치권을 확보한 이래 독자 정부와 의회·헌법·군 구성을 보장 받고 있다. KRG는 그동안 자치권 확보를 넘어 독립국가를 이루겠다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밝힌 적이 없었지만 최근 이라크 사태를 계기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KRG가 관할하는 지역에서 생산하는 원유는 하루 22만배럴가량이다. KRG는 지난달 터키 남부 제이한에서 보관하던 100만배럴의 원유 수출을 강행했으며 중앙정부의 허가 없이 독자적인 원유수출을 확대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알립니다

서울경제는 그동안 이라크의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를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로 표기해왔으나 외신과의 혼동을 막기 위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로 고쳐 표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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