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

더 치밀해진 추리게임… "150분이 짧다"
탐정 홈즈서 조력자 왓슨까지 개성 뚜렷한 캐릭터 매력
주인공 '생각의 공간' 표현… 독특한 무대 연출도 돋보여


반전의 충격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른 반전이 뒤통수를 친다. 탄탄한 스토리 덕에 거짓을 제거하며 진실을 찾아가는 150분의 러닝타임은 짧다고 느껴질 정도. 2011년 초연 당시 매진 행렬 속에 소극장 창작뮤지컬의 한계를 뛰어넘은 '셜록홈즈 앤더슨가의 비밀(사진)'이 한층 더 치밀해진 추리 게임으로 돌아왔다.

19세기 말 영국 최고 명문가인 앤더슨가의 세 남자가 각기 다른 시점에 명탐정 셜록홈즈의 사무실을 찾아온다. 앤더슨가의 상속자인 아담 앤더슨, 형보다 1분 늦게 태어났다는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던 아담의 쌍둥이 동생 에릭 앤더슨, 그리고 가문의 재산을 노리는 형제의 숙부 포비 앤더슨. 이들의 비밀스러운 의뢰는 단 하나다. "루시 존스를 찾아 주시오." 결혼을 앞두고 사라진 아담의 약혼녀이자 에릭이 사랑하는 여인 루시. 완벽해 보이는 진실 뒤에 숨은 완벽한 거짓을 찾아내는 일은 괴짜 천재 셜록홈즈, 그리고 관객의 몫이다.

버릴 것 하나 없이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한 캐릭터는 이 작품 최고의 미덕이다. 괴짜와 천재 사이를 오가며 사건을 풀어나가는 홈즈부터 그의 조력자와 이야기의 해설자를 맡은 왓슨, 따뜻함과 냉정함, 순애보와 바람기 등 상반된 모습의 에릭·아담 형제와 비밀을 쥔 루시까지. 복잡한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이들 캐릭터는 주·조연할 것 없이 모두 사건의 중심에서 복선이자 해결의 열쇠로서 제 몫을 한다. 특히 아담과 에릭 캐릭터는 배우 1명이 2개 배역을 동시에 소화하며 한 무대에서 탄성 자아내는 변신을 선보인다.

초연부터 호평을 받은 무대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홈즈가 사건을 받아드는 순간, 무대는 어느덧 그의 온갖 추리로 가득 찬 '생각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허공에 매달린 여러 개의 퍼즐 조각을 배경으로 홈즈의 추리 내용이 영상과 조명으로 펼쳐진다. 관객은 눈과 귀로 탐정의 생각을 엿보며 비극적인 진실에 다가선다.

영리한 도입부도 돋보인다. 셜록홈즈가 루시 사건을 받기 전 등장하는 일명 '춤추는 사람' 사건은 실제 셜록홈즈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다. 두 남자와 한 여인의 엇갈린 사랑이 빚은 파국이란 점에서 노우성 연출이 창작으로 만들어낸 '앤더슨가의 비밀'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비슷한 내용의 사건 두 개가 함께 전개되며 극 초반 관객이 헷갈릴 수 있지만, 스토리와 주제를 한층 돋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도입이라고 평가할 만 한다.

극 말미 홈즈가 던지는 질문은 앤더슨가의 비밀을 함께 파헤친 관객이 풀어야 할 과제다. '진실을 밝혀 정의를 지켜냈지만, 그 정의가 과연 가치 있는 것일까. 진실이 밝혀진 후 난 내 양심과 어떤 얘길 나눌까.' 내년 2월 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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