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회동·공동선언 등 속전속결… 1주일 남기고 '통 큰 승부' 돌입

■ 단일화 협상 19일 재개 합의
文, 막판 상승세 굳히기·安, 호남 지지율 높이기 사활
상처 남긴 갈등 봉합… 단일화후 '화학적 결합' 미지수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가 18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단일화 협상을 위한 2차 단독회동을 마친 후 취재진을 향해 손을 잡고 있다. /오대근기자

문재인 민주통합당,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단일화 논의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양측은 향후 단일화 승리를 위한 건곤일척의 승부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후보는 호남 등 전통 민주당 지지세력을 최대한 결집하는 동시에 취약점인 2030세대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확장 전략을, 안 후보는 단일화의 최대 승부처인 호남 지역 지지율 회복에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일화 파행을 겪는 과정에서 양측이 적지 않은 '내상'을 입은 상태여서 단일화 이후 물리적 결합을 뛰어넘는 화학적 결합을 이룰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단일화 재개 배경=양측이 단일화 논의를 5일 만에 재개한 직접적인 계기는 안 후보 측이 구세력으로 몰아세운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사퇴다. 하지만 이는 명분에 불과하다.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의 사퇴로 안 후보 측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민주당의 쇄신이 마무리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문 후보 측이 '이해찬 대표 사퇴'라는 선물을 준 만큼 안 후보도 더 이상 단일화 논의를 미룰 핑계거리가 사라졌을 뿐이다.

단일화 재개의 실적적인 배경은 단일화 시한인 대선후보 등록일(11월26일)까지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절박함이다. 이 기간에 양측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다. 통산 열흘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국민경선은 물 건너 간데다 여론조사를 위한 시간조차 빠듯하다. 공개적으로 약속했던 후보등록 전 단일화가 무산됐을 때의 후폭풍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단일화 피로감'에 따른 여론악화도 양측을 단일화 테이블로 돌아오게 한 배경이다. 무엇보다 양측이 단일화 중단의 책임을 두고 감정싸움을 거듭하는 사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안 후보 측이 이 대표 사퇴 직후 기다렸다는 듯 단일화 재개를 선언한 이유다.

두 후보는 향후 단일화 방식 논의를 위한 단독 회동을 한 뒤 새정치공동선언문 발표, 단일화 세부사항 협의, TV토론 등을 거쳐 단일 후보를 결정하게 된다. 단일화 시간까지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 과정이 사실상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

문 후보는 19일 기자협회 초청 토론회, 20일 방송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 잇따라 참석해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다. 단일화 승부처인 호남과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충남 등을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안 후보는 단일화 재개를 염두에 두고 광주 등 호남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일화 중단 이후 전격적으로 시작한 언론인터뷰도 줄줄이 잡혀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단일화의 승부처는 호남"이라며 "문 후보는 최근 상승 국면의 호남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이, 안 후보는 문 후보에 빼앗긴 호남 표심을 되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갈등 봉합됐지만…앙금은 남아=단일화 이후 대선 승리 여부는 양측이 실질적으로 세력통합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양측은 단일화 충돌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특히 수세적인 입장에 처했던 문 후보 측의 불신이 뿌리 깊다. 안 후보 측이 민주당을 '구태세력'으로 몰아부친 데 대한 앙금이 남아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4ㆍ11 총선 패배의 책임자인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과, 새누리당 출신 김성식 선대본부장이 '구태'를 말할 자격이 있느냐"는 격앙된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안 후보 측도 마찬가지다. 특히 민주당이 조직력 우위를 기반으로 자신들을 궤멸시키려 한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안 후보 측의 한 관계자는 "문 후보가 앞에서 좋은 말만 하는 사이 민주당은 뒤에서 조직을 동원해가며 낡은 정치를 계속해온 게 확인됐다"며 "단일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 측에서는 후보 단일화 이후 민주당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단일화에서 이기더라도 민주당 조직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데 이번 사태로 감정이 상해버린 민주당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주겠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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