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100년후엔 다부일처제가 등장한다고?

■ 새로운 부의 시대
로버트 J.실러 외 9인 지음, 알키 펴냄


"일부 경쟁이 치열한 스포츠에서 많은 선수들이 암암리에 약물을 복용하듯,…창의력이나 주의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의 복용량을 늘리라고 권할지도 모른다. 기억력 향상제 같은 약들은 기능 향상제가 아니라 발기부전 치료제처럼 예전에 병이라고 생각지 않던 문제를 해결해주는 치료약으로 간주될 것이다. 유전자와 번식과 태아 발달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면 부모들은 약물의 힘을 빌려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아이의 유전적 자질을 일부 선택하거나 조작하게 될 것이다. 다양한 출산 선택은 상품화될 것이고, 이런 상품은 성관계 유무와 상관없이 수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생물학적 공동부모(coparent)가 되겠다는 사람들을 찾아 연결해줄 것이다." (217~219쪽)

게임이론과 시장설계, 실험경제학 분야에서 업적을 쌓았고 2012년에는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엘빈 E.로스 하버드대 경제학과 명예교수가 내다본 '100년 뒤의 시장'이다. 자신의 '매칭이론'을 미래에 대입시킨 로스의 주장은 새로운 형태의 일부다처제나 다부일처제가 나타날 가능성도 언급한다.

이 책은 1930년 존 메이너스 케인스가 100년 후 세계를 내다보며 쓴 에세이 '우리 손주 시대의 경제적 가능성'을 읽은 이그나시오 팔라시오스-후에르타 런던 정경대 경영학과 교수에 의해 기획됐다. 문득 100년 후가 궁금해진 그는 전문 분야가 다른 석학 10명에게 100년 뒤 미래상을 의뢰했고, 그 책이 국내에서도 번역돼 나왔다.

그 옛날 케인스가 대공황 이후 피폐해진 당대 상황을 뒤집으며 한가롭고 낙관적인 먼 미래를 그렸던 것처럼, 이 시대의 학자들 또한 100년 후를 밝게 전망했다. 생존을 위한 투쟁이 사라지고 잘사는 법을 터득하는 시대가 들어설 것이며 주당 근무시간이 약 15시간으로 줄어드는 등 생활 수준이 4~8배 가량 좋아질 것이라는 게 그들의 견해다. 에드워드 글레이저 하버드대 교수는 '부와 자위적 사회'에서 "세상은 전반적으로 지금처럼 능력 있고 돈 많은 사람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계속 나아갈 테지만 가장 가난한 하위 10% 사람들의 생활 수준도 크게 향상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00년 뒤, 과연 그렇게 될까?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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