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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사진) 민주당 상임고문이 28일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계획에서 밝힌 퀀텀점프(대약진을 뜻하는 물리학 용어) 경제전략이 국가경제기조로 적절치 않다고 반박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 상임고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에 이어서 경제대박을 터뜨리겠다고 하는데 로또정부도 아니고 왜 이렇게 대박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며 “경제성장은 굴곡이 있을지언정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정 상임고문은 대기업 임원을 거쳐 5선 국회의원을 역임하는 동안 열린우리당 의장과 산업자원부장관을 역임하면서 정책통으로 꼽히고 있다.
그가 퀀텀점프 전략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것은 경제가 퀀텀점프를 하게 되면 기존산업은 효용가치가 떨어져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퀀텀점프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일자리나 부가가치 창출보다 더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퀀텀점프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이 꾸준한 성장”이라는 게 그의 소신이다. 그는 “스마트폰의 경우 디지털 카메라, mp3, 전화, 녹음기, 메모장 등 여러 산업을 하나로 모은 것”이라며 “이용자들은 그 편리함에 감탄하지만 기존 산업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동자는 일자리를 잃고, 사업주는 시설투자비를 손해보고, 소비자는 감가상각이 빠른 물건들을 구매하게 된다는 것이다.
정 상임고문은 그렇다고 혁신이나 발전하지 말자는 의미는 아니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소수에게 기회를 주는 전략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폭넓게 기회를 주는 것을 국가운영의 비전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기술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만 본다면 퀀텀점프가 좋지만 국가경제기조로 적절치 않습니다. 자동화, 기계화 되면서 대량해고가 발생하고 사회적 부담이 늘어나고 복지에 대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정 상임고문은 미국이나 독일 등 선진국들이 리쇼어링(reshoring·기업이 해외로 진출했다가 다시 본국으로 돌아오는 것)을 외치며 제조업 부활을 꾀하는 것을 눈여겨보자고 제안했다. “요즘 미국 신발광고에 “MADE IN USA” 라는 광고가 등장하는 의미를 간과하면 안됩니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합니다.”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의 경제아젠다는 과거 고성장 시대의 그것과는 달리 경제민주화와 양극화 해소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 상임고문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 하더라도 상다리가 부러진 상에는 음식을 차릴 수 없다”며 “부러진 상다리를 다시 세우는 것이 경제민주화, 양극화 해소”라고 말했다. 이어 “박근혜정부는 성장에 방해가 된다며 이를 외면하고 있는데 크나큰 오류가 아닐 수 없다”며 “이런 식이면 뛰어야 벼룩으로 3개년 경제혁신안이 발상은 과거 개발독재 시절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고 혹평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른 것은 차치하고 서민 주거안정 대책만이라도 공염불이 안 되도록 제대로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