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포커스] 전방위 사정 정국… 속내는

'레임덕 차단·지지율 상승' 정치적 의도 담겼나
과거 정권서도 위기 때 '국면전환 카드'로 꺼내
여야 "부패척결 환영" 속 친이계 전 정권 겨냥하나
'표적수사' 논란 제기도


정부가 20일 부정부패 척결 관계기관회의를 열고 공공과 민생, 경제·금융 등 3대 분야에 대한 강도 높은 사정작업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사정(司正) 정국을 예고했다. 범위도 포스코건설에서부터 동부·신세계 등으로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전방위적인 사정을 예고하면서 정치권의 풍향계도 사정 정국에 맞춰지고 있다.

정치권은 이를 두고 4·29 재보궐선거를 앞둔 지지율 상승과 레임덕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인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사정작업을 통해 비리를 척결하고 지지율을 끌어올려 오는 4월 재보궐선거는 물론 내년 총선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 과거 정부가 지지율 상승과 국면 전환용으로 '사정 정국 카드'를 꺼내 들어 효과를 톡톡히 본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과거 김영삼 정부는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하자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칼날을 겨눴다. 김대중 정부는 IMF 청문회를 통해 지지율 만회를 시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북 특검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에 정면 돌파 카드로 꺼내 들었고 이명박 정부는 광우병 파동을 모면하기 위해 '박연차 게이트'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코너로 몰아갔다.

이에 따라 여야는 부정부패 척결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환영의 뜻을 보이면서도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권 내 친이명박계는 사정의 칼날이 전 정권으로 쏠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드러내놓는가 하면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공정한 수사 등 원론적인 입장만 내놓으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친이계로 분류되는 정병국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그(방산 비리와 자원외교)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의도가 있는 기획수사를 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사정작업의 숨겨진 의도에 주목했다. 이어 이완구 국무총리의 담화 이후 검찰수사가 진행된 것에 대해 작심한 듯 "수사를 하는 데 있어 담화를 발표하고 수사하겠다고 하는 경우는 없다"며 "문제가 있으면 수사를 하면 되는 건데 이제부터 시작하겠다고 발표하고 나가는 식으로 하니 오해를 받는 것"이라고 표적수사 논란을 제기했다. 이재오 의원도 최근 "이명박 정권이 끝난 지 2년이 지났고 잡으려면 그때 다 (잘못된 것들을) 잡아야 했다"면서 "그때는 권력이 무서워 가만히 덮어놓았다가 다시 조사하니 국민들이 부패 청산을 믿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친박계 의원들은 부정부패 청산을 위한 성역 없는 수사라며 전 정권과의 갈등에 거리를 뒀다. 안홍준 의원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기업이든 방산업체든 성역 없이 해야 한다"며 표적수사 논란을 일축했다. 이정현 최고위원도 "비리는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표면적으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수십조원의 국민 혈세를 탕진한 자원외교 비리 수사 대상에 전·현 권력을 포함해 어떠한 성역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다만 정부가 강도 높은 사정작업을 선언한 것이 행여 정치적인 의도를 깔고 있는 게 아닌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법과 원칙에 따라 부정부패 척결을 제대로 해야 하지만 정치적인 의도를 숨긴 채 사정기관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며 "시중에서는 정부 협조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기업들에 채찍질을 하기 위해 사정작업을 한다는 얘기가 있다. 만일 사실이라면 잘못된 것"이라고 원칙과 공정성을 강조했다. 이어 "특히 안철수 의원의 포스코 이사회 멤버 시절을 들먹이며 정치공세로 변질시키면 안 된다"고 정치공세로의 변질을 경계했다.

이언주 의원도 "정부의 강력한 부정부패 척결 의지가 정치공세를 위한 전초전으로 의심 받는 것은 뒤늦게 자원외교에 대한 수사를 벌이기 때문"이라면서 "정부의 공권력 행사가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수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공정하게 수사해야 할 것"이라며 숨겨진 정치적 의도를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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