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론스타 '계약 연장'에 돌발변수?

원칙 합의 불구 '당국승인 문제'로발목 잡힌듯
"론스타 지분 5%이상 선인수와 관련" 관측
"하나, 외환銀 포기 우리금융으로 선회 가능성"


금세 갈무리될 것 같았던 하나금융그룹의 외환은행 인수 작업에 돌발 악재들이 이어지고 있다. 인수 자체가 미궁 속에 빠져든 모습이다. 인수 승인의 결정적 열쇠인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 재판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는가 하면 최근에는 하나금융ㆍ론스타가 계약연장 협상 타결을 눈앞에 두고 당국의 승인과 관련한 새로운 변수에 발목을 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계약연장 협상에 관여했던 금융권의 핵심 관계자는 17일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매매에 관한) 계약연장의 주요 원칙적인 사안들에 합의가 다 됐는데 최근 '다른 것'에 걸려 (연장 계약서에) 사인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민감한 사안이어서 구체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으나 관(官ㆍ정부)과 관련된 것"이라며 "(금융당국에) 신고할 사항이 걸려 있는데 승인 여부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른 것'이 협상 당사자 중 어느 측의 문제인지에 대해서는 "하나금융 쪽"이라고 답했다. "(양측 간 협상을 이어주던) 내 역할은 다 끝나서 나도 최근에는 손을 뗐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계약연장 합의발표 지연의 원인이 하나금융과 론스타 간 이견 때문이라기보다는 하나금융과 정부 간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작 금융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가 계약연장을 하는 내용과 관련해 당국에 신고하거나 승인을 받을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그는 "론스타가 하나금융과 서로 주식을 사고 팔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을 때에도 당국도 모르게 했었는데 이제 와서 계약연장과 관련해 신고할 것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이에 대해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의 계약연장 내용 중 론스타의 지분 선인수와 관련된 사안이 걸려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이 계약연장을 하면서 론스타의 지분 중 일부를 5% 이상 선인수할 경우 금융당국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금융권은 하나금융이 론스타 지분을 선인수할 때 물량이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5% 미만이 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양측 간 협상 과정에서 예상과 다른 수준의 이야기가 오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2주전까지만 해도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계약연장의 큰 원칙에서 잠정적으로 합의에 달했다. ▦론스타 지분 51.02% 중 일부 선인수 ▦계약연장 6개월 ▦지분 매매가격 계약 원안대로 유지(4조6,888억원) ▦론스타의 외환은행 중간배당 용인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의견을 좁힌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협상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17일 종일 마라톤회의를 갖는 등 좀처럼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는 분위기였다. 일각에서는 하나금융이 론스타와의 협상을 포기하고 우리금융그룹 매각입찰 참여로 급선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지만 당사자인 하나 측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포기를 공식화할 경우 주가하락 등이 심화돼 외환은행 인수자금마련에 동참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투자자들로부터 투자손실에 따른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협상이 끝내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김 회장이 과거 보람은행이나 서울은행을 인수할 당시와 같은 극적인 반전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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