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 언니를 보살피며 살아온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근근이 유지해오던 이 여성은 "할 만큼 했는데 지쳤다"는 유서를 남겼다.
26일 대구 수서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24일 오전10시13분께 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류모(28)씨가 번개탄을 피워놓고 숨진 채 발견됐다.
류씨는 유서에 "할 만큼 했는데 지쳐서 그런다"라며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보호소에 보내주세요. 장기는 다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도 사회에 환원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류씨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지적장애 1급인 언니(31)를 한평생 돌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자매는 갓난아기 시절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는 유아기 때 재혼해 집을 나가는 바람에 연락이 끊겼다. 같이 살아온 할머니마저 지난해 세상을 떠나자 류씨는 홀로 일하면서 언니를 챙겼다고 한다. 할머니 사망 후 잠시 삼촌 부부와 살았지만 언니가 대구에 돌아가고 싶다고 해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류씨는 생활이 어려워지자 언니를 시설보호소에 보냈지만 언니가 "동생과 함께 살고 싶다"며 돌아오자 같이 생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류씨는 최근 언니와의 동반자살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언니가 거부하자 혼자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류씨가 언니에게 높은 곳에서 같이 뛰어내리자고 했지만 언니가 거부하는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자 차마 같이 죽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서울에서는 70대 남성이 아내의 병시중에 지쳐 아내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황모(70)씨는 22일 자택에서 아내 김모씨를 목 잘라 살해하고 제초제를 마셔 목숨을 끊으려 했다. 황씨는 2013년 뇌경색으로 쓰러진 김씨의 병간호에 지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