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하면 척척…가상비서 서비스, 인간의 삶 바꿀 것"

키틀로스 음성인식 '시리' 개발자
계좌관리·항공 예약·헬스케어 등 음성으로 할 수 있는 시대 곧 도래
말한마디로 처리하는 간결함이 핵심 "아직까지 유력 경쟁자 없다" 자신


지난 2010년 3월 한 벤처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당신의 회사를 2,000억원에 인수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이 제안과 함께 애플 임원직을 수락한 그는 자신이 개발한 인공지능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Siri)'를 지난해 아이폰4S에 탑재해 전세계에 선보였다. 대그 키틀로스(Dag kittlausㆍ사진) 시리 전 CEO가 주인공이다. 지난해 11월 애플을 떠났지만 시리같은 '가상비서(Virtual Assistant)' 서비스가 곧 인간의 삶을 바꾸는 주요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단언하는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키틀로스는 "음성인식은 미래의 주된 인터페이스(interface)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금융, 레저, 헬스케어, 콜센터,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시대가 곧 온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지병이 있는 환자는 처방 받은 약의 복용법을 스마트폰 속의 가상 간호원에게 바로 물어보면 된다. 은행에 가면 음성명령을 알아듣는 기계의 도움만으로 계좌 개설, 이체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내 일정과 예산에 맞춰 척척 여행일정을 짜주는 가상 여행사도 등장할 전망이다. 단순히 '3일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편'을 알아다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내일 예약한 항공편이 취소됐는데 가까운 호텔을 예약할까요, 가장 빠른 비행기편으로 다시 알아볼까요"하고 물어봐 주는 스마트한 여행사다.

키틀로스는 "인간과 기계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이 필요한 분야이기만 하면 '가상비서'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다"며 "우리를 위해 더 많은 일을 더 정확하게 처리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인공지능ㆍ음성인식 서비스는 최근 하나 둘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음성으로 직접 입력하면 외국어로 번역해주는 등의 음성인식 애플리케이션은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과 애플 앱스토어에 3,000개 가까이 등록돼 있다.

또 포드자동차는 음성으로 자동차를 조작할 수 있게 해주는 '싱크(SYNC)' 시스템을 선보였다. 모바일 음성인식 서비스 개발사인 보콜렉트는 유통업체 등의 재고정리 등을 음성으로 입력해 처리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주목을 받았다. 미쓰비시 전기처럼 장애인 등을 위한 엘리베이터 음성인식 시스템을 내놓은 곳도 있다.

미국계 노르웨이인인 키틀로스는 노르웨이 이동통신사인 텔레노어 등을 거쳐 2007년 '시리'를 창업했다. 그는 당초 시리를 고안하게 된 이유를 묻자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게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다. 말만 하면 일을 처리해주는 간단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음성인식은 타자보다 7배나 빠른 입력방식"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 때문에 키틀로스는 가상비서 서비스의 핵심으로 '간결함(Simplicity)'을 꼽았다. 말 그대로 '말 한마디'만으로 이용자의 의도까지 간파해 일을 처리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에게 음성인식이 만능이라는 '집착'은 없다. 예를 들어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 스마트TV의 경우 말로 볼륨과 채널을 조절하고 애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는 기능을 갖췄지만, 일각에서는 "음성명령보다 리모콘이 더 쉬울 때도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키틀로스는 이 같은 지적을 인정한다며 "(각종 기기나 리모콘의)전원버튼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키틀로스는 시리의 가장 유력한 경쟁자를 꼽아달라는 주문에 "아직 없다"고 확신했다. 그는 "구글이 추격하긴 하겠지만 시리는 이미 음성인식 서비스 분야에서 강력한 주도권을 쥐고 있다"며 "애플은 이를 쉽사리 내놓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로 구글은 이르면 올해 안에 시리의 대항마를 선보일 계획으로 알려졌다. 다만 키틀로스는 "시리를 활용한 서비스가 더 많이 등장할 수 있도록 (애플이)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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