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7개 크기 세계 최대 도크서 근로자 2만5000여명이 컨선 건조

■ 1만TUE 시대 개막…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 가보니
외형 경쟁력 확보로 실적도 쑥쑥
5년만에 누적매출액 50억弗 돌파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에서 배의 머리 부분인 선수블록을 조립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를 갖춰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한진중공업

"77년 만에 한(恨)을 풀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지난해 7월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는 말을 전해 들은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지난 1937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한진중공업 역사상 1만 개 이상의 컨테이너선을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1만TEU급 이상 선박을 수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진중공업은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 업체에 뒤지지 않는 기술력을 갖췄지만 도크 규모가 작아 초대형 선박을 수주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수빅조선소가 완공되고 지난 10월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착공에 들어가면서 얘기가 달라졌다. 부산 영도조선소는 고부가 선박을 건조하고 수빅조선소는 초대형 선박에 매진할 수 있는 이원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조 회장은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수빅조선소를 방문하면서 수빅조선소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5일(현지시간)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버스를 타고 북서쪽으로 3시간 가량을 달려 도착한 한진중공업 수빅만(灣) 조선소에서는 400여명의 한국인 근로자와 2만4,000여명의 현지인 근로자가 한데 어울려 30도에 이르는 뙤약볕 속에서 굵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우선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 크기에 놀란다. 축구장 7개가 들어갈 수 있는 길이 550m, 폭 135m에 이르는 도크에서는 2만TEU급 이상의 컨테이너선을 건조할 수 있다. 선박 대형화를 통해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글로벌 조선업계의 흐름을 선도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셈이다. 안진규 수빅조선소 사장은 "조선소 규모와 설비 등 양적 측면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외형 경쟁력을 바탕으로 회사의 실적 역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올해 5년 만에 누적 매출액 50억 달러를 돌파했으며 남아있는 일감을 뜻하는 수주잔량이 39척에 이르면서 지난해 1만8,000명 수준이었던 임직원 수가 올해 2만5,000명까지 불었다.

우리 조선업계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노사 갈등 역시 수빅조선소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다. 직원들이 거주할 수 있는 주택단지인 한진빌리지를 조성해 우리 돈 2,000만원 안팎에 직원들에게 분양해 높은 직원 만족도를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해 한진빌리지 내에서 문을 열어 필리핀 정부에 기증한 초등학교 역시 현지인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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