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아파트 분양이 어려워지자 편법을 동원하고 심지어 탈법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허위ㆍ과장 광고는 예사고 분양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임직원을 동원해 허위 분양을 일삼는다.
최근 한 대형 건설사가 임직원들을 분양 계약자로 둔갑시켜 분양률을 높이고 금융기관으로부터 거액을 불법으로 대출 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 건설사는 지방에서 아파트를 짓다가 미분양 위기에 처하자 수백명의 임직원에게 계약금 1,000만원을 쥐어주고 허위로 분양을 신청하도록 해 분양률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은행으로부터 불법 대출도 받았다. 허위로 분양 신청을 한 임직원들은 입주 직전에 해약하고 계약금을 회사에 반납했다. 허위 분양도 문제지만 미분양이 난 아파트가 분양가 보다 수천만원 이상 인하된 가격에 거래되면서 정상적으로 아파트를 분양 받은 입주자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건설사들이 아파트나 오피스텔ㆍ상가 등을 분양하면서 허위ㆍ과장 광고를 하거나 임직원들을 동원해 분양률을 끌어올리는 일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말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한 한 건설사의 경우 미분양 아파트를 떠안은 직원들을 어떻게 '명예롭게'퇴사시킬 수 있을지를 놓고 골머리를 앓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회사에서 대출을 주선해 미분양 아파트를 구입하도록 했는데 빚도 다 갚지 못한 상태에서 나가라고 하자니 직원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아파트를 분양한 한 건설사의 경우 중대형 미분양이 우려되자 회사 관계자가 지인들을 동원해 청약 신청을 하도록 했다는 전언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실제 계약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들은 '사내 분양은 관행'이라고 항변하지만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최선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정당한 리스크를 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는 명백한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다.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왜곡시키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급할수록 정도(正道)를 가야 한다. 그게 결국 빨리, 더 멀리 갈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