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별내지구에 중대형 아파트 택지를 보유한 A 건설사는 최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택지 용지에 맞게 중대형 아파트로 분양하지나 사업성이 떨어지고 중소형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자니 전매제한이 발목을 잡고 있다. 별내지구는 보금자리주택지구 전매제한 강화 '불똥'을 맞아 2년 전 전용 85㎡ 이하 중소형 전매제한 기간이 7년까지 늘어났다. #수도권 북부의 대표적인 2기 신도시인 경기 양주 옥정지구는 당초 올해까지 사업이 완료될 계획이었지만 오는 2013년으로 사업완료 시기가 연기됐다. 공동주택지 24개 가운데 아직까지도 무려 13개가 팔리지 않았다. 수도권 동북부를 중심으로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잇따라 지정되면서 도시 자체가 입지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린벨트를 해제해 서울 강남과 수도권 요지에 들어선 보금자리주택은 경기침체와 맞물리며 국내 민간 건설시장에 엄청난 후 폭풍을 가져왔다. 전매제한 강화 등 보금자리주택 도입에 따른 규제가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한 다른 택지지구까지 적용됐는가 하면, 내 집 마련 대기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중견건설사의 주 사업 무대였던 수도권 2기신도시와 택지지구들은 수요층을 잃었다. 용인 등 경부라인을 타고 내려가던 민간 건설사들의 주택 사업들도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걸었다. ◇건설사, "이제 사업할 곳이 없다"=보금자리주택이 도입되기 전만 해도 국내 주택시장은 크게 두 가지로 양분돼 있었다. 서울의 대규모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은 10위권 내 대형 건설사들이 도맡아 했고 2기 신도시나 택지지구 사업 등은 중견 건설사들의 무대였다. 그러나 보금자리주택이 공급되면서 수도권 외곽 신도시의 택지지구 사업들은 급격히 경쟁력을 잃기 시작했다. 입지와 가격 경쟁력이 모두 뛰어난 보금자리주택지구가 지정되면서 내 집 마련 대기 수요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로또'라고까지 불리는 강남권 보금자리주택은 논외로 치더라도 2기 신도시 가운데 보금자리주택지구와 입지를 겨룰 만한 곳은 판교와 광교 정도다. 2기신도시 등은 보통 서울 40㎞ 반경에서 지정됐지만 보금자리주택지구는 20㎞ 안에서 지정됐다. 중견 건설사들의 주요 사업지였던 용인ㆍ동탄ㆍ평택 등 경부라인도 무너졌다. 민간 건설사들의 고분양가가 주 원인이기도 했지만 경부라인을 타고 내려가던 수도권 '확장' 정책이 사실상 도심 '회귀' 정책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김희선 부동산 114전무는 "원거리 신도시에서 쾌적한 생활을 권장하던 정부의 주택 정책이 도심 인접 공급으로 방향을 틀면서 민간 건설사들의 사업지는 대부분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보금자리에 경기침체 겹쳐 기존 땅도 팔아=한때 수십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던 수도권 신도시 및 택지지구 토지 청약시장도 이제 미분양의 늪에 빠져 있다. 1차적인 원인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여파에 따른 부동산시장의 침체라고 볼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일부 회복된 지난해에도 이들 지역은 전혀 회복세를 보이지 못했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이후 건설사들이 수도권 신도시 택지지구에서 사업을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해서다. 당장 올해부터 6,000여가구 대규모 입주가 시작되는 김포한강신도시는 아직도 공동주택지 18개가 사업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일부 회복된 지난해에 오히려 5~6개 택지 계약이 해지되며 미분양이 급속히 늘었다. 지난해 12월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주택지 2개에 대해 공고를 냈으나 입찰을 신청한 건설사가 없었다. 수도권 북부 2기 신도시인 양주 옥정지구도 동북부의 남양주ㆍ구리 일대 보금자리주택 지구가 대거 지정되면서 직격탄을 맞은 케이스다. 공동주택지 가운데 절반이 넘는 물량이 미분양 상태다. 한때 건설사들의 수주전이 뜨겁게 불거지던 청라 영종 등 인천 경제자유구역 토지시장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LH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분양시장이 일부 살아난 지방 택지와 수도권 단독주택지는 조금씩 판매가 늘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가장 덩치가 큰 신도시 택지가 안 팔리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들 지역에서 건설사가 사업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미분양 택지가 대부분 수요가 없는 중대형 아파트 용도인데다 도시가 과연 제대로 자리를 잡을지도 의문이기 때문이다. 중견건설업체의 한 주택담당 임원은 "5~6년 전 신도시 택지매입을 했던 시기와 지금의 정부 주택 정책 패러다임이 너무 바뀐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민간 공급물량 크게 줄어 수급 논란=민간 건설사의 주택 공급 물량은 2008년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급속하게 감소하기 시작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2007년 39만8,000여가구에 달했던 민간 주택 건설 물량은 2009년 21만3,000여가구로 반 토막이 났다. 각종 부동산 정보업체 조사에서는 올해 민간 건설 물량이 20만가구 밑으로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주택 수급에도 상당한 차질이 생기게 된다. 정부의 최근 5년간 연간 주택공급계획을 보면 평균적으로 1년에 40만~50만가구 정도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년 연속 주택공급 실적은 40만가구를 밑돌았다. 민간 건설 경기가 부진하고 공공 건설도 계획했던 물량을 채우지 못하는 탓이다. 정부는 올해 업무보고를 통해 21만가구의 공공주택(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LH의 사업 구조조정 여파 등을 감안하면 이 역시 달성하기 쉽지 않은 수치다. 민간이 적어도 25만가구 이상의 공급을 달성할 때 최소한의 안정적인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수도권 외곽에 보금자리주택과 기존 미분양 등이 충분하지만 주택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 도심의 민간 주택이 부족한 것은 또 다른 문제"라며 "수도권에 입주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주택 공급마저 감소세를 이어갈 경우 전세난은 정부를 계속 옥죄는 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