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판지 생산 세계 '톱5' 진입

대한민국 제지산업 7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종이·판지 생산량이 세계 톱5의 반열에 올랐다.

16일 한국제지연합회는 제지산업관련 정보제공업체인 RISI사의 ‘2014 연간 보고서’를 인용해 우리나라가 지난해 종이·판지 생산량이 1,180만톤으로 스웨덴을 제치고 5위 자리에 올라섰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에는 1,130만톤의 생산량으로 캐나다를 제치고 6위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스웨덴이 전년 대비 생산량이 5.6%나 감소하는 등 제지산업 전체적으로 불황을 겪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4.1%로 톱10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일제 식민지 시대인 1943년 2월 페이퍼코리아의 전신인 북선제지가 전북 군산에 설립된 것을 한국 제지산업의 시발점으로 본다면 70여년 역사상 처음으로 세계 톱 5위에 오른 셈이다. 특히 캐나다나 스웨덴 등 풍부한 산림 자원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전통적인 제지강국에 비해 열악한 자원 상황 속에 거둔 쾌거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성기태 제지연합회 팀장은 “우리나라는 주원료인 펄프를 수입에 의존하면서도 기술 개발을 통해 폐지 재활용률을 높여 이 같은 성과를 거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2014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는 종이·판지를 생산하는 데 총 1,300만톤의 펄프와 폐지를 주원료로 사용했는데, 이 가운데 77.8%가 폐지였다. 제지산업 전체로 보면 우리나라의 폐지 재활용률은 92.1%로 세계 톱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제지업계는 여러 가지 풀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주원료로 FSC(국제산림관리협회)가 인증한 펄프를 사용하고 폐지는 재자원화 과정을 통해 생산 공정에 투입하고 있음에도 제지산업에는 환경파괴나 공해유발 등의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기 때문. 또 디지털미디어의 확산으로 문화용지(신문·인쇄용지)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수출시장 경쟁력 확보도 풀어야 할 과제다. 우리 제지산업은 이미 수출주도형 산업 구조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는 하다. 전체 생산량의 30% 가까이 수출하고 있고, 지종에 따라 신문용지·인쇄용지·백판지 등은 약 60%를 수출하고 있다. 하지만 수출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선 단순 제품 수출에서 벗어나 현지시장 진출을 위해 직접 투자에 뛰어드는 등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내년으로 다가온 배출권 거래제 시행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온실가스 저감과 폐자원 에너지화를 통한 화석연료 저감 노력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병민 제지연합회 회장은 “내수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드는 현 시점에서 제지업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수출확대 노력과 더불어 해외시장 직접투자를 통한 현지화에 적극 나서 체질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