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섹스산업도 재정위기에 휘청

아테네 에로틱 박람회 관람 5년전보다 절반 수준 그쳐
성인용품점도 4분의1로 줄어
마지막 보루 관광산업마저 여름 성수기 앞두고 예약 뚝


그리스 재정위기가 경제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섹스 산업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그리스인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한때 번창했던 섹스 산업이 그리스 재정위기의 '최후의 희생양'이 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열린 그리스 최대 섹스 박람회 '아테네 에로틱 드림'은 관람객 수가 5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박람회는 그리스 경제거품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8년 출범해 큰 관심을 모았으나 이후 그리스 경제가 둔화하면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한때 그리스 수도 아테네에만 300~400개에 달했던 성인용품점도 위기 이후 4분의1로 줄었으며 상당수 가게들의 하루 매출이 20유로(약 3만원)에 불과하다고 신문은 전했다.

특히 6일 총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탈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성인용품 유통업자인 마리아나 렘나로는 "총선 이후 사업이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그리스 섹스 산업은 가족단위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성인용품 등의 공급을 해외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하고 옛 화폐인 드라크마로 돌아갈 경우 화폐가치가 하락해 더 비싸게 제품을 수입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현지 속옷업체들은 중국이나 터키산 저가제품들이 수입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업체들은 애국심에 호소하며 '메이드 인 그리스' 제품임을 강조하기도 한다.

또 그리스는 1980년대 소규모 포르노그래피의 본고장으로 배우와 사진작가ㆍ카메라맨 등을 대거 고용하기도 했지만 동유럽 국가 등지에서 무료 인터넷 포르노 영화들이 범람하며 이 역시 경쟁력을 상실했다.

한편 그리스 경제의 마지막 보루였던 관광산업마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 예약률이 급감하면서 타격을 입고 있다.

2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리스 여행업계의 예약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분의1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그리스를 찾는 관광객 수는 지난해보다 약 150만명 줄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포인트 갉아먹고 여름철 일자리도 10만개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그리스의 여행ㆍ관광 부문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5%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가운데 3위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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