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이 떨어진 뒤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링크스 코스를 사랑한다." 세계 최초의 골프대회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에서 5차례나 우승한 톰 왓슨(62∙미국)은 이렇게 말했다.
링크스 코스는 골프의 발상지인 스코틀랜드 링크스(Links)라는 지명에서 유래된 것으로 해안가에 위치해 강한 러프, 맨땅 같은 모래땅, 해풍 등으로 어려운 코스를 일컫는다. 잘 보낸 볼이 울룩불룩한 페어웨이 탓에 깊은 러프나 벙커로 튀기 일쑤다. 왓슨의 말은 이런 변수를 받아들이고 난관과 싸워 이긴 진정한 강자가 클라레저그(디 오픈 우승컵인 은제 주전자)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런던 올림픽을 일주일 앞둔 19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영국에서 개막하는 제141회 디 오픈 역시 험난한 '자연과의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206개 항아리 벙커를 피하라=올해의 무대인 영국 랭카셔주 블랙풀의 로열리덤&세인트앤스GC(파70∙7,086야드)는 통산 열한 번째로 디 오픈을 개최하는 유서 깊은 곳이다. 지난해 5월 타계한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가 지난 1979년과 1988년 이곳에서 연속 우승했고 최근 열린 2001년에는 데이비드 듀발(41∙미국)이 10언더파로 우승했다.
티샷 낙하지점이나 그린 주변에 집중 분포된 206개의 벙커는 로열리덤의 상징이다. 홀당 11개가 넘는 벙커는 좁고 깊은 항아리 형태이기 때문에 탈출이 쉽지 않다. 볼이 벙커 벽 가까이 놓이면 옆이나 뒤로 빼내야 해 1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홀 배열도 특이하다. 1번부터 파3홀이라 어색한 데다 거리가 205야드나 돼 첫 티샷부터 큰 부담을 느끼게 한다. 전반에 1∙5∙9번 등 3개의 파3홀이 있는가 하면 13번부터 18번까지 연속 6개의 파4홀은 몹시 까다롭다.
폭우로 인해 더욱 깊고 질겨진 러프는 선수들을 더욱 괴롭힐 것으로 전망된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37∙미국)는 16일 로열리덤에서 연습한 뒤 "제대로 경기하지 못할 지경"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우즈 두 토끼 잡나=골프 팬들의 최대 관심사는 우즈가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메이저 가뭄'에서 벗어날지 여부다. 2008년 US 오픈 우승 이후 메이저대회 통산 14승에 머물고 있는 우즈는 잭 니클라우스의 최다승(18승) 추월을 위해 더 이상 우승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우승하면 세계랭킹 1위(현재 4위)에도 복귀할 수 있다.
2년여의 부진을 털고 올 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3승을 거둔 우즈는 지난달 US 오픈에서는 공동 21위에 그쳤다. 디 오픈에서는 2006년 통산 세 번째 우승을 한 뒤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부상 재활로 불참했다.
우즈 대항마로는 지난해 US 오픈에서 우승한 세계랭킹 2위 로리 매킬로이(23∙북아일랜드)가 꼽힌다. 디 오픈을 2007년과 2008년 연속 제패한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도 최근 회복세다. 잉글랜드 듀오 루크 도널드(세계랭킹 1위)와 리 웨스트우드(3위)는 첫 메이저 왕관이 절실하다. 왼손 지존 필 미컬슨(미국)과 2002년 우승자 어니 엘스(남아공)도 후보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2010년의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과 지난해 대런 클라크(아일랜드)처럼 의외의 챔피언이 또 나올 가능성도 있다.
최경주와 양용은, 김경태, 배상문, 재미교포 존 허와 케빈 나 등 한국(계) 선수들도 도전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