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는 사람을 찾는다면 안종범(54ㆍ사진)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이 첫손에 꼽힌다.
'좌장'을 두지 않는 박 당선인의 용인술 속에서 그는 거의 유일하게 공약 전체를 파악하고 있다. 달변가는 아니지만 조세(예산)ㆍ복지ㆍ의료ㆍ주택 등 핵심공약을 직접 입안해 '아이디어 맨'으로 불린다.
대구 계성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서울대 중심의 경제학계에서 주류는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 빈곤문제연구소를 비롯해 조세연구원, 노사관계개혁위, 감사원 국책사업감시단, 경제정의실천연합, 국세청 세정혁신기획단, 사각지대해소대책위, 통일정책테스크포스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현장을 아는 경제학자'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수진영에 속하지만 진보진영의 화두인 복지를 일찌감치 연구한 점은 그의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안 의원은 지난 2002년 이회창 옛 한나라당(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정책특보로 정치권과 연을 맺었다. 그 뒤 박 당선인이 당 대표이던 2006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이사를 지내면서 박 당선인 측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2007년 대선 경선에서 박 당선인 공약의 밑그림을 그렸고 경선 패배 후에는 5인공부모임과 2010년 국가미래연구원 재정복지 분야 발기인으로 참여해 지금의 대선 공약을 만들었다. 대선 공약을 전담한 국민행복추진위에서 그는 총괄간사로서 공약의 우선순위를 다듬었다. 지난해 말 '박근혜 이름표'가 붙은 국회 예산과 법안을 처리할 때 안 의원이 박 당선인의 메신저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이유다.
안 의원은 교수 출신이지만 겸손하고 성실한 태도 덕분에 '실세'라고 불리면서도 시샘하는 사람이 없는 편이다. 보안을 중시하고 언론보도 한 줄에 신경을 쓰는 꼼꼼한 성격도 박 당선인과 코드가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제학계에서는 그가 재정학회장을 지낸데다 경륜과 실력 면에서 정치권 영입 1순위에 들어 있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공천을 받은 배경에는 친박계 경제통이라는 사실 외에 '경제학계에서 정치권에 들어갈 순서가 됐다'는 분위기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