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동북아 LNG 허브 준비하자


최근 전세계는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미래 에너지원을 모색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가 주춤하는 사이 천연가스가 대안 에너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지난해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천연가스 황금기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천연가스가 '셰일가스 혁명'을 통해 지속적인 황금기를 구가할 수 있을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이는 것도 사실이다. 천연가스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국제 천연가스 거래의 시장화가 필수적이다.

한중일, 수입대국 불구 가격 불이익

앞으로 국제 천연가스 무역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은 한국ㆍ중국ㆍ일본ㆍ대만 등 액화천연가스(LNG) 최대 수요국이 몰려 있는 동북아시아다. 지난해 천연가스 생산량 25억톤 가운데 약 30%가 수출(LNG 30%, 파이프라인 70%)됐는데 4개국이 수입한 LNG는 전체 국제거래분의 61%나 된다.

그러나 막대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동북아의 LNG 가격은 아시아 프리미엄으로 유럽ㆍ북미 지역에 비해 항상 비싸게 유지돼왔다. 지역 내 가스시장이 존재하지 않고 이를 뒷받침할 자국 내 가스 생산이 미약한데다 천연가스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동북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는 역내 가스 수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효율적인 가스시장, 거래가 집중되고 금융ㆍ선물 등 거래를 집중시키는 시스템을 갖춘 LNG 트레이딩허브가 존재하지 않아 지역 내 LNG 가격을 상당히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헨리허브, 유럽의 NBP(National Balancing Point) 같은 트레이딩허브가 없어 LNG 가격이 원유링크(Oil Index Pricing) 방식에 따르다 보니 비싼 LNG 가격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LNG 트레이딩허브 구축은 동북아 에너지 협력논의의 핵심적 사안으로 이미 논의가 상당히 진전됐다. IEA도 내년 초 관련보고서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아태지역 국가들도 LNG 트레이딩허브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일본은 지리적으로 LNG 저장시설을 해안에 구축하기 어렵다고 판단, 한국에 저장 터미널을 구축하려 했지만 최근 자체 허브터미널 구축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중국 역시 이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동북아 LNG 허브로 부상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동북아에서 LNG를 사용하는 한국ㆍ일본ㆍ중국ㆍ대만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천연가스 파이프라인망으로 상호 연결하는 시스템을 갖기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

남해안 터미널 건설, 법ㆍ제도 준비를

오는 2020년을 전후로 아프리카ㆍ호주ㆍ미국 등 전세계 가스 수출국들은 동북아 LNG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LNG가 동북아 역내에서 보다 자유롭고 활발하게 거래되기 위해서는 동북아권을 아우르는 LNG 스폿시장 창설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동북아 4개국을 연결하는 LNG 스팟폿장을 개설하는 가장 손쉬운 길은 지정학적으로 이들 나라를 연결하는 위치에 있는 한국의 남해안에 LNG 허브터미널을 건설, 국내에 필요한 가스를 대고 인근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LNG를 공급하는 것이다. 급변하는 천연가스시장에 대비해 한국은 동북아 지역 LNG 수출을 효율적으로 중개할 수 있는 허브로 부상하기 위한 기반시설, 기관투자가를 포함한 시장참여자 확대 등 법적ㆍ제도적 준비를 단계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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