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투자부터…" 금산분리 강화 늦춘다

새누리, 하반기 이후로
경제민주화 첫 속도조절

새누리당이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축소하는 금융산업 분리강화 법안 처리를 하반기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경기침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기업 투자를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판단 아래 집권여당이 앞장서 처음으로 경제민주화 공약의 속도조절을 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새누리당 정책위원회의 고위관계자는 27일 "공약이기는 하나 금산분리 강화 법안들은 지금처럼 경기가 좋지 않은데 속도를 내 처리할 필요가 없다"며 "하반기 이후 경제상황을 봐가며 입법화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여당이 전날 조속한 대선공약 이행을 위해 '100%행복실천본부'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어 상반기 중 204건의 관련법 처리에 적극 나서기로 했으나 금산분리 관련법안 등은 후순위로 연기한 것이다.

여당 정책위를 이끌고 있는 이 의원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는 지금도 충분히 작동하고 있다"며 "급하지도 않은 법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의 투자심리를 짓눌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2년 국민계정'에서 설비투자는 전년비 -1.9%로 뒷걸음치며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0%에 머무는 주요인이 됐다.

여당이 하반기 이후로 처리를 미룬 금산분리강화 법안에는 현행 산업자본이 9%까지 보유할 수 있는 은행지분을 4%로 축소하는 것과 금융∙보험회사 계열 제조업체 등에 대한 지분 보유한도를 전체 5%로 축소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금산분리 강화를 미루기로 하면서 일반 지주회사가 중간 금융지주사를 설립해 금융 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도 함께 연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은 우선 4월 임시국회 때 발의 혹은 처리할 민생법안에서 금산분리 관련법들을 제외했으며 30일 열릴 첫 고위 당정청회의에서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다.

여당 정책위의 또 다른 의원은 "정부도 금산분리 강화를 조속히 시행할 필요는 없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정과 맞물린 대주주 적격성심사 확대도 신중히 접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되면 기업지배구조 개선 분야 입법시기도 논의할 것"이라며 신규 순환출자금지와 기존 순환출자 기업들의 증자를 막기로 한 방침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새누리당은 다만 금산분리 강화 등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뒤로 미룬 것이 경제민주화 정책 전반의 후퇴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여당 관계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적용이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막는 입법은 상반기 중 완료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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