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블로그] 지민구기자의 ‘초보기자 생존기’ (1)

돌직구 취재기법, ‘뻗치기’를 아십니까?


뾰족한 하이힐이 발등을 찍습니다.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오지만 꾹 참고 견뎌내야 합니다. 아픔을 참지 못하고 움직이는 만큼 ‘그’에게서 멀어지기 때문입니다. 그 와중에 옆 사람이 어깨를 불쑥 들이밀어도 결코 당황해선 안 됩니다. 한 번 어깨 싸움에서 밀리면 좋은 자리를 지켜낼 수 없거든요. 잠깐 한 눈 팔 여유도 없습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오직 ‘그’만을 응시해야 합니다. 그렇게 할 자신이 없다구요? 그러면 눈치라도 좋아야죠. 목표물을 재빨리 발견하고 뛰어가면 본전이라도 챙길 수 있을 겁니다. 최소한 손해는 보지 말아야죠. 이것이 지하철 자리 싸움보다 몇 배는 치열한 뻗치기 경쟁의 현실입니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늦었습니다. 서울경제신문의 ‘뻗치기 전담’ 지민구 기자입니다. 정치부에 배치된 지 어느덧 4개월째.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취재원을 만나기 위해 하염없이 뻗치기를 하다 보니 여자친구가 약속 시간에 1시간 정도 지각하는 것쯤은 애교로 느껴질 정도로 기다림이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뻗치기’가 무엇인지 설명을 안 드렸네요. 뻗치기는 가장 기본적인 취재 방법 중 하나입니다. 취재원이 만나주지 않을 때, 심지어 연락도 받지 않을 때. 가장 단순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은 그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그의 동선을 파악한 뒤 길목을 지키고 기다리는 것이죠. 어렵게 찾아갔는데 문전박대 하거나 그냥 모른 척 하는 경우는 흔치 않거든요. 취재원의 집, 사무실, 회의실 앞 등이 뻗치기의 단골 장소가 되겠습니다.

그럼 찾아가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모든 일이 술술 풀리는 것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1시간을 기다렸든, 10시간을 기다렸든 취재원을 마주칠 수 있는 시간은 아무리 길게 잡아도 5분 안팎입니다. 게다가 함께 뻗치기 하는 취재진 숫자가 많다면 질문 기회는 더욱 제한됩니다. 꼭 필요한 질문을 단단히 준비해뒀다가 취재원이 나타나는 찰나의 순간, 정곡을 찔러야 한다는 것이죠. 취재원에 대한 배경지식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사회적 이슈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좋은 질문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은 상식 중에 상식이겠죠? 되도록 취재원과 가까운 위치에서 질의응답 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자리 경쟁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원하는 답변을 얻었든, 얻지 못했든 취재원을 만날 수 있었다면 그나마 운이 좋은 편에 속합니다. 밤을 꼴딱 지새워도 만날 수 없는 취재원이 많거든요.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내정자가 갑작스럽게 사퇴 의사를 밝혔을 당시에도 취재진들이 그의 집 앞에서 ‘뻗치기’를 했으나 이미 미국으로 떠나버린 후였죠. 많은 기자들이 허탕을 친 셈 입니다.

“취재원을 만나겠다고 엄동설한을 견뎠는데, 만나지도 못하면 너무 억울한 것 아니냐!”물론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특종’‘단독’은 거저 오는 것이 아니거든요. 오늘은 못 만났어도 또 찾아오고, 또 기다리다 보면 결국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뻗치기입니다. 노력하는 만큼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죠. 그래서 많은 기자들은 힘든 줄 알면서도 결국에는 뻗치기를 선택합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정직한 취재방법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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