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구성 힘들어 정국혼란 예고… 재정개혁 차질 오나

■ 이탈리아 총선 '상원 단독 과반' 불발
"국민 긴축정책 반대" ECB 국채매입 불발 우려
위기 타개 위해선 재선거가 최선의 방안


"이탈리아 총선의 승자는 '정치적 교착상태(Political Gridlock)'다."(26일자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국제금융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이탈리아 총선(24~25일)에서 어느 정당도 상원에서 단독으로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결과에 대한 슈피겔의 평가다. 실제 이탈리아 정치권이 연정 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앞으로 재선거를 실시하기 전까지 최악의 정치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더구나 이 같은 리더십 공백으로 이탈리아 재정개혁과 구조조정도 차질을 빚으면서 이탈리아는 물론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금융시장도 출렁거릴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마리오 몬티 총리 주도의 긴축정책과 유로존 주도의 위기대처법이 이탈리아 국민들에 의해 명백하게 거절당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선거 공약으로 전임 정부가 걷은 재산세 40억유로를 환급하겠다고 밝히고 재산세를 아예 폐지하겠다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상원에서 1위, 하원에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기록한 게 이를 증명한다. 또 이번 선거에서 반긴축과 유로존 탈퇴를 기치로 내건 5성운동의 약진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코미디언 출신 베페 그릴로의 5성운동은 이번 선거에서 기존 정치인의 부패를 규탄하고 은행원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 반대한다는 공약을 내걸어 창당 3년 만에 이탈리아 3위 정당으로 우뚝 서는 쾌거를 이뤘다. WSJ는 5성운동의 약진은 이탈리아 내 비효율적인 관료주의와 사회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얼마나 큰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하원을 장악한 민주당은 상원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하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연정이 출범할지는 미지수다. 당 관계자들은 "민주당이 연정 구성을 시도해보겠으나 어떤 선택이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5성운동은 선거 결과 발표 후 어떤 교섭 논의에도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주당과 자유국민당의 연정도 성향이 너무 달라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피에르 루이지 베르사니 당수는 선거 결과 후 승리를 선언하면서도 "이탈리아는 매우 미묘한 시점에 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WSJ는 이탈리아가 중도좌파, 중도우파, 기성세대 타파 세 가지로 분열됐으며 이를 봉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런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면 시장 혼란도 증폭될 것이라 평가했다. 연정 구성에 오랜 시일이 걸릴수록 이탈리아 국채금리가 급등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나아가 위기감이 스페인 등 위기국으로 번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WSJ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최악의 경우 국채매입에 나설 수 있으나 전제조건으로 긴축을 내걸고 있기 때문에 이탈리아 국민의 요구와 배치된다면서 ECB의 국채매입안도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위기 타개책은 재선거를 실시하는 것이다. 벌써부터 민주당 내부에서는 재선거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스테파노 파시나 민주당 경제분야 대변인은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하려면 새로운 선거를 하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 경우 조르조 나폴리타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과도정부를 구성한 뒤 재선거를 실시하되 전체 득표율에 따라 1위 정당이 상ㆍ하원 모두를 장악하는 방식으로 선거법을 개정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자유국민당은 하원 선거와 관련, 재검표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자유국민당의 안젤리노 알파노 사무총장은 "개표 결과는 기존에 해왔던 방법들에 의해 계산돼 나온 것"이라며 "이런 방식은 오차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원 선거에서 민주당과 자유국민당의 득표 차는 12만5,000여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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