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적용되는 신용정보보호법으로 금융권이 혼란을 겪고 있다. 법 개정에 따라 금융사는 정보 유출 사고 대비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법 시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도 일부 업계가 가입할 만한 상품이 출시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의무보험으로 지정됐음에도 실상은 가입하지 않아도 과태료 등 처벌 조항이 없어 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다음달 12일부터 적용되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은행은 물론 카드사와 저축은행, 신용정보회사와 대부업에 이르기까지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보험이나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하는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이들 금융사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개인신용정보 유출 등의 사고가 일어나 피해를 입힌 경우 손해의 3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할 책임이 있다.
법 개정에 맞춰 일부 손해보험사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거에도 '정보유출배상책임보험'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상품이 있었는데 이를 조금만 손보면 개정법 취지에 맞는 상품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보헙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손보사는 여신금융협회나 저축은행중앙회 등 관련 협회를 통해 회원사에 대한 상품 마케팅을 벌였다.
하지만 대부 업계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대부협회는 직접 보험사마다 전화 문의를 했지만 "그런 상품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뒤늦게 금융감독원이 나서 보험사에 대부업체가 가입할 수 있는 상품 출시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설명으로는 대부업체의 손해율을 계산할 만한 자료가 없어 상품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법 개정 시기를 맞출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도 준비가 돼 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이번에 금감원 직권검사 대상 대부업체가 대폭 늘면서 새롭게 당국의 규제를 받게 된 업체는 전에 받지 않던 규제와 의무에 당황하고 있다. 금감원의 직권검사 대상에 새롭게 포함된 곳은 160개사다.
근본적으로 규제 자체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신용정보 관리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사고 피해 보상 보험이 의무보험으로 지정됐지만 가입하지 않아도 처벌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손보 업계 관계자는 "의무보험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가입률이 높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