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녹조·적조 대책, 원인 규명부터


최근 우리 강과 하천, 남해 바다가 녹조ㆍ적조로 큰 몸살을 앓았다. 수중에 사는 미세한 광합성 단세포인 미세조류가 비정상적으로 번성해 민물의 색깔이 녹색으로 변하면 녹조현상, 바닷물의 색깔이 적색으로 변하면 적조현상이라 한다. 수중 어느 곳이나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미세조류는 육상의 식물처럼 수중 생태계의 기초생산자로 먹이사슬의 가장 밑바닥 단계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그러나 과다 번성하면 생태계 교란과 수질 악화를 초래하고 음용수의 맛과 질을 떨어뜨린다. 올해 유난히 심하게 발생한 녹조ㆍ적조현상에 대해 국민들은 저마다 갑론을박 야단이었다. 특히 4대강 보와 녹조 발생과의 관계에 대해 정부와 환경단체 간에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정부 연구단 구성하고 자료 공개를

미국 해양대기국(NOAA)은 2010년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녹조 발생횟수가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녹조 발생기간도 연중 4~6개월로 장기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처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녹조 확산은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되어버렸다. 때문에 4대강 보와 녹조 발생과의 관계에 대한 소모적 논쟁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지금부터라도 녹조와 적조를 재해로 규정하고 재해 수준의 관리를 시작하자. 녹조의 발생과 확산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체계적 관리와 기후변화 대응책을 국민에게 제시해 불안감을 진정시켜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수돗물은 음용수용으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이 것만으로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국민을 안심시키려면 정부가 신뢰있는 모니터링 자료를 공개하고 기초과학자 연구단을 구성해 녹조의 발생 원인을 밝히는 기초연구 실행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유해조류 대발생 예측ㆍ예방을 위한 조류예보제 개선, 비점(非點, 양식장ㆍ야적장ㆍ농경지나 도시노면 배수처럼 광범위한 배출경로를 갖는)오염원 관리대책, 점 오염원 관리를 위한 하수처리장의 증설과 오염물질 방출농도 개선 등 중장기 대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발생된 녹조를 긴급 방재하기 위한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녹조 방제의 비상수단으로 황토를 살포하고 있으나 지역에 따라 그 안에 함유돼 있는 중금속ㆍ인ㆍ질소의 농도는 천차만별이다. 서둘러서 생태계 교란이 없는 녹조 방제물질 인증ㆍ허가제 도입을 통한 녹조방제 대책을 마련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녹조와 적조는 인간에게 매우 오래된 사회적ㆍ과학적 관심사였다. 당연히 조류독소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과 유해조류 대발생에 의한 생태계 교란이 산업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주요 관심사다. 제1회 국제적조회의는 1974년 미국 보스턴에서 개최됐다. 이 회의에서는 2년마다 전세계 과학자들이 모여 각국의 녹조와 적조 발생 현황과 원인 분석, 대책과 정책 그리고 교육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다.

미국·일본 해결 성공사례 참고할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제15차 국제적조회의가 오는 10월말 개최된다. 40여개국 500여명의 과학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적조ㆍ녹조ㆍ조류독소 그리고 생태계 교란 문제를 다룬다. 장기적이고 꾸준한 오염물질총량 관리를 통해 뉴욕주 롱아릴랜드의 녹조, 일본 세토나이카이의 적조를 해결한 세계적 성공사례도 이 국제회의의 중요한 결과물이다.

일반인들과 어민을 위한 공개토론도 기획돼 있다. 녹조와 적조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위해 더 없이 좋은 기회다. 이 회의를 통해 보다 효율적인 녹조와 적조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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