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한 지 45일 만에 노사 간 첫 대화가 시작됐다. 갈 길이 멀고 험해 보이지만 다행스런 일이다. 대화를 통해 최악의 상황을 피해보라는 정치권ㆍ정부의 압력에 홍준표 지사가 마지못해 대화에 나선 측면이 강하지만 노조도 자구노력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진정성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공공의료기관의 열악한 현실, 자구노력을 거부하며 도덕적 해이에 빠진 강성 의료원 노조가 맞물려 일어났다. 진주의료원은 보건복지부의 운영평가ㆍ진단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매년 수십억원의 적자를 내 누적부채가 지난해 말 279억원에 이르고 의료수익 대부분이 인건비 지출에 쓰인다. 진주시 전체 의료급여 환자 진료건수의 2.9%만 담당할 정도로 공공의료기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홍 지사가 '귀족 강성노조의 해방구'라고 할 정도로 노조가 인사ㆍ경영에 광범위하게 개입하고 경영개선을 위한 외부 경영진단을 거부하는 등 입김도 셌다. 2월26일 발령이 난 의료원장 직무대리가 노조의 반대로 출근을 못하다 11일 첫 대화를 했을 정도다.
하지만 폐업 방침을 결정한 경남도도 성급했다. 홍 지사도 임기가 1년6개월밖에 안 돼 서두르다 보니 폐업 결정이 일방적이라는 평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따라서 의료원 노사가 대화를 통해 정상화 방안을 모색할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 폐업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경남도 차원의 경영개선 노력을 추진한 뒤 취할 마지막 처방이어야 한다.
의료원은 수익성이 없더라도 필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진료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적자가 나기 쉽다.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가운데 장례식장 운영수익 등을 뺀 의료수익이 흑자를 낸 곳이 김천의료원 한 곳뿐인 이유다. 폐업이 불가피하다면 서민층 의료에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도 의료원을 폐쇄하지 말라고 압박만 할 게 아니라 공공의료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합당한 지원과 경영ㆍ서비스 혁신을 유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