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까지 줄다리기가 이어졌던 정부 하부조직 개편안이 22일 나오자 관계부처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통상 부문의 전권을 갖게 된 지식경제부는 이날 미래창조과학부에 우정사업본부를 뺏기자 서운한 표정이 역력하고 '블랙홀' 미래부에 부분적으로 기능이 넘어간 문화체육관광부ㆍ안전행정부ㆍ교육부ㆍ방송통신위원회 등도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에 통상교섭 기능을 통째로 떼어준 외교부의 경우 충격 자체다. 식품ㆍ의약품안전정책 기능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양보한 보건복지부도 떨떠름하기는 마찬가지다.
◇우정사업본부 뺏긴 지경부 희비교차=지경부는 지난 15일 정부조직개편에서 통상교섭 기능을 추가한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되자 다소 반색했던 분위기가 일주일 만에 반전됐다. 미래부에 우정사업본부를 넘겨주게 됐기 때문이다. 전국 3,600개 우체국에 4만4,000명의 직원이 소속된 매머드급 산하기관 우본이 미래부로 넘어가게 돼 결국 따지고 보면 실속은 차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산업기술연구회 등 과학기술 분야 산하기관과 정보통신기술(ICT) 연구개발(R&D), 정보통신산업진흥, 소프트웨어산업 융합 등 ICT 분야 관련 기능도 모두 미래부에 넘겨야 한다. 더욱이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새 정부에서 핵심과제로 밀어붙일 분야가 마땅치 않다는 고민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체적인 조직규모는 비슷하겠지만 소위 알짜가 없다는 것.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첫 발표 후 지경부가 선방했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생각보다 더 위축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15년 만에 통상업무가 이관되고 기획재정부의 FTA대책본부까지 흡수하면서 산업과 에너지ㆍ무역을 아우르는 실무경제 주관 부처로서 위상이 더욱 올라갔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설되는 해양수산부로 항만ㆍ해운ㆍ해양환경ㆍ해양조사ㆍ해양자원개발ㆍ해양과학기술ㆍ해양안전심판 등의 기능이 이관되는 국토해양부, 수산ㆍ어업ㆍ어촌개발ㆍ수산물유통 기능이 이관되는 농림축산부, 해양레저스포츠 기능이 이관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아쉬워하고 있다.
외교부는 부처 간 업무조정으로 가장 울상을 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통상교섭 기능을 떼어주고 고유 기능인 다자양자 경제외교와 국제경제협력을 지키는 데 그쳤다. 산업통상자원부에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 기능을 넘긴 기획재정부도 다소 떨떠름한 표정이다.
◇농림부 '떨떠름', 해양부 '기대 못 미쳐 실망'=농림수산식품부는 농축산물 안전관리 업무가 식약처로 이관된 데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식품산업 기능까지 빼앗기지는 않아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반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약청에서 격상된데다 보건복지부의 식품ㆍ의약품안전정책과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수축산물 위생안전 기능을 모두 가져와 기존 부처 중 최고의 수혜자로 꼽힌다. 농식품부는 이미 수산부가 떨어져 나간 상황에서 식품산업 기능마저 식약처로 이관될 경우 부처의 기능 자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로 쪼개지는 국토해양부 공무원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새 정부에서 국토교통부로 바뀌는 국토해양부는 과거 건설교통부 당시의 조직으로 원대복귀하면서 '아쉽지만 다행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당초 해양수산부 분리로 물류 기능을 해양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으나 해운을 제외한 육상·철도 등 종전의 물류 기능은 그대로 지킨 까닭에서다. 환경부에서 요구한 수자원 업무도 그대로 국토부에 남게 되면서 과거의 조직 기능과 규모를 유지하게 됐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물류와 교통은 사실상 하나의 기능으로 육상·항공·철도 물류를 해양부로 이전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았다"며 "전체적인 종합물류 기능을 국토교통부가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반면 해양수산부 출신 공무원들은 이전보다 새로 신설되는 해양부가 종전보다 강한 부처로 부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깨져 실망스럽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새로 들어설 해양부는 현 국토해양부의 항만ㆍ해운ㆍ해양환경ㆍ해양조사ㆍ해양자원개발ㆍ해양과학기술연구개발ㆍ해양안전심판 등의 기능과 농식품부의 수산ㆍ어업ㆍ어촌개발ㆍ 수산물유통 기능 등 옛 해양부의 업무를 거의 그대로 넘겨 받는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해양레저스포츠 기능을 추가로 넘겨받을 예정이지만 당초 해양자원개발, 해양플랜트, 육해공 통합물류 업무까지 거론되던 것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국토부 해양 부문 간부들은 해양부로 이관되는 해양레저스포츠에 경정ㆍ조정ㆍ요트와 같은 수상스포츠가 포함되는지 여부 등 세부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행안부 '헛물 켰네'=행정안전부는 겉으로는 위상이 높아졌지만 실익보다는 손실이 컸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신설되는 미래부 산하의 ICT 전담 부서에 국가정보와 기획, 정보보안 및 정보문화 기능을 내어준 반면 그에 상응하는 조직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내심 우정사업본부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우체국 네트워크를 활용해 전국 행정망을 강화하겠다는 논리였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당선인이 국민안전을 강조했고 부처 이름도 안전행정부로 바뀌게 돼 조직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안전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어떻게든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