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20달러대 폭락… OPEC 와해될 것"

씨티그룹 극단 전망
"최근 반등은 페인트모션… 공급량 넘쳐 하락 불가피"


최근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배럴당 20달러까지 떨어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도 와해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국제유가가 2·4분기 중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초 유가가 2·4분기 중 47달러에서 저점을 찍고 하반기에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지 한달여 만에 전망치를 대폭 내렸다.

씨티그룹은 최근 유가 반등에 대해 일시적인 '페인트모션'이며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에드워스 모스 글로벌상품리서치 부문 대표는 "전 세계 원유 소비량이 줄어드는데도 미국에서 원유 생산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재정에서 원유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브라질과 러시아가 경제난 타개를 위해 역사상 최고 수준까지 생산량을 끌어올린 사실을 지목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이란 등 중동 산유국들은 자국의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아시아 수출가격을 인하한 점도 유가 상승에 제약이 되고 있다.

모스 대표는 "올 3·4분기까지 생산량이 줄 것 같지 않다"며 "그 사이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으로 국제유가는 일시적으로 2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국제원유시장에서 수급조절 기능을 해온 OPEC의 역할도 사실상 끝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셰일가스 붐으로 가격결정력과 회원국의 이익확보 등 OPEC의 기능이 상실됐다"며 "유가가 더 떨어지면 기존의 영향력을 회복할 여지가 극히 낮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말 이후 올 1월28일까지 50%가량 폭락해 배럴당 44.45달러(WTI 기준)선까지 떨어졌던 국제유가는 원유생산 업체들의 구조조정과 투자철회 등이 잇따르자 공급감소에 대한 기대감으로 52달러선까지 반등했다. 최근 2주간 오름폭만도 17%에 달한다.

이에 따라 원유시장에서는 가격바닥론이 제기되고 있다. OPEC과 세계에너지기구(IEA)는 각각 9일과 10일자 보고서에서 공급과잉이 완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나란히 발표했다. IEA는 "원유생산 업체들의 투자감소가 잇따르고 미국의 시추정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며 "유가반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 OPEC도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생산량 유지 전략이 성공할 징조를 보인다고 자평했다. 씨티그룹도 유가가 20달러선까지 급락한 뒤 투자축소가 이어지면서 연말에는 75달러선까지 회복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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