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감기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감염 재난영화 '감기'가 개봉 이틀 만에 관객 80만명을 동원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앞서 변종 기생충을 소재로 지난해 여름에 개봉한 또 다른 감염 재난영화 '연가시'가 400만명을 웃도는 관객을 동원한 터라 감염 재난영화 흥행이 해를 거듭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관객들은 왜 감염 재난영화에 열광하는 것일까.
감염 재난영화는 일반적인 재난영화의 소재인 인류멸망이나 자연재해 등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데다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소재를 다룬 만큼 현실감이 높다는 점이 공감을 얻기 때문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최근 중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가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국내에서도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공포를 겪은 경험이 영화에 더욱 빠져들게 한다.
윤호경 고려대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실 속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재난상황을 소재로 삼을 경우 관객들이 영화에 더 몰입할 수 있게 된다"면서 "특히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감기처럼 현실과 밀접한 소재일수록 몰입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영화를 보고 난 뒤 느낄 수 있는 '극적인 체험 후의 안도감'은 더욱 배가 된다.
김어수 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공포영화나 재난영화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무력감을 다루기보다는 그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다룬다"며 "영화를 통해 가상현실을 경험하게 되고 관찰학습을 하게 되면서 오히려 용기를 얻어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난영화의 흥행 효과를 높이려면 소재 못지않게 개봉시기도 중요하다. 재난영화는 주로 무더운 여름철에 개봉된다. 공포감을 극대화해 시원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쓰나미를 소재로 한 영화 '해운대'를 비롯해 올해 개봉한 '더 테러 라이브'와 '월드워Z' 등 여러 재난영화가 여름철에 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다.
윤 교수는 "재난영화의 긴박한 장면에서는 자율신경계가 활성화되면서 심박동이 빨라지고 피부의 혈관이 수축되며 땀 분비가 촉진된다"며 "이때 분비된 땀이 식으면서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 교수는 이어 "영화의 긴장과 이완에 따라 아드레날린과 같은 흥분성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더위를 피하는 효과가 있다고 무조건 재난ㆍ공포 영화를 찾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윤 교수는 "평소 외부자극에 민감한 사람이나 노약자와 임산부는 오히려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으므로 재난ㆍ공포 영화는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