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우 전 총리 별세] 미국유학 1세대… 압축성장 이끈 싱크탱크

■ 서강학파는

별세한 남덕우 전 총리가 일군 서강학파는 미국 유학 1세대로 '한강의 기적'을 주도한 경제학자 집단을 일컫는다.

서강학파의 '서강'은 1960년대 미국에서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배운 뒤 귀국한 경제학자들이 서강대 교수로 둥지를 틀면서 붙게 된 이름이다. 1964년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1969년 재무부 장관으로 입각했던 남 전 총리는 서강학파의 출발점이었다. 남 전 부총리는 서구식 경제근대화 모델을 토대로 압축성장의 이론을 만드는 역할을 맡는다.

남 전 총리와 함께 1세대로 꼽히는 이승윤ㆍ김만제 전 부총리 등 3인방은 '서강학파 트로이카'로 불리며 철저한 성장 중심 정책을 펼친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입안ㆍ추진한 것도, 수출 중심, 선성장 후분배 정책으로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것도 이들이다.

서강학파의 영향력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에도 이어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서강학파인 신병현 전 부총리, 김재익 전 경제수석을 기용했고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이승윤 전 부총리, 김종인 전 경제수석 등을 통해 성장 우선 정책을 밀어붙였다.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던 김종인 위원장은 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김덕중 전 교육부 장관 등과 함께 2세대 서강학파로 분류된다. 김 교수는 한국 금융정책의 이론과 실제에 정통한 경제학계 원로로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금융개혁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지난해에는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로 성장 중심 정책의 화농이 터지면서 서강학파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그해 출범한 금융개혁위원회에는 서강학파로 분류되는 박성용 위원장과 김병주 부위원장이 발탁됐지만 이후 서강학파는 사실상 경제정책 일선에서 퇴진한다.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들어 서강학파와 각을 세우던 학현학파가 득세하자 서강학파의 입지는 더더욱 좁아졌다. 학현학파는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중심으로 한 학자집단으로 김태동 대통령 자문정책기획위원장,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 이진순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이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은 진보 성향 1세대로 경실련 등 시민운동을 통해 성장해왔으며 분배론을 중심으로 하면서 서강학파와 각을 이뤘다.

지난 2006년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서강학파는 압축성장이라는 시대적 역할을 마치고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했다"는 글이 올라와 파장을 일으켰다. '서강학파의 종언'이다. 당시 서강학파는 "논평할 가치도 없는 유치한 주장"이라고 반박했지만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15년간의 절치부심 끝에 박 대통령과 함께 서강학파 3세대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박 대통령의 '과외선생'으로 알려졌던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을 필두로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김인기 중앙대 명예교수, 전준수 서강대 교수 등이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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