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중국기업 유치 준비없는 증권업계


최근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미국 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알리바바는 미국에 상장되는 중국 기업 중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도 대어를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꿈 같은 얘기지만 알리바바가 한국 시장으로 온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전세계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을 단숨에 180도 바꿀 수 있는 충격적인 뉴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알리바바가 자진해서 한국에 오겠다고 해도 국내 증권사들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증권사에 중국 기업을 전담할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증권사 중 중국 기업 기업공개(IPO) 전담팀을 두고 있는 곳은 없다. 과거 신한금융투자가 중국 기업 IPO 전담팀을 꾸린 적이 있지만 고섬사태 이후 해체됐다. 그나마 신한금융투자는 최근 중국 기업 IPO를 위한 투자를 다시 시작했다. 신한은 최근 중국 직원을 새로 뽑아 두 명으로 늘렸다. 신한을 제외하고는 우리투자증권 정도가 그나마 중국 현지법인을 통해 중국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나머지 증권사는 중국 기업 IPO를 추진할 수 있는 인력이 사실상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중국 내 상장을 기다리고 있는 중국 기업은 약 750곳에 달한다. 이들 기업이 중국 시장에 상장되기 위해서는 최대 5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자금조달이 급한 중국 기업은 해외로 눈길을 돌리고 있으며 전세계 거래소도 중국만 바라보고 있다. 실제 지난 2008년 전세계 IPO시장에서 중국 기업 상장 비중은 15%에 불과했으나 2012년에는 3배인 47%로 늘어났으며 같은 기간 자금조달액은 23%에서 32%로 증가했다. 이처럼 통계적으로 봐도 중국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전세계 시장의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금융투자 업계의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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