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합병 후에도 '1사 2체제' 유지… 화학적 시너지 창출에 초점

■ Hot 이슈-'뉴 SK지주회사' 어떻게 진행되나
사옥이전 없고 부서통합 최소화… 사업영역 독립성 유지에 무게
8월 합병 앞두고 PMI팀 곧 가동… 조대식·박정호 각자대표체제 유력
조 사장, 사업관리·투자전략 수행… 박 사장은 ICT분야·M&A 맡을듯

조대식 SK㈜ 사장

박정호 SK C&C 사장


오는 8월 출범하는 새로운 SK주식회사는 두 회사가 합쳐지지만 당분간 철저히 '1사 2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SK㈜와 SK C&C의 합병 회사이기는 하지만 애초 성격이 다른 두 회사를 물리적으로 합치기보다는 '화학적 시너지 효과'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3일 관계자에 따르면 SK㈜와 SK C&C는 8월 합병을 앞두고 '합병 후 융합(PMI)' 팀을 조만간 가동할 예정이다. 양사의 융합을 위해 활동할 이 팀은 조대식 SK㈜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이 이끌 것으로 점쳐진다.

이 팀은 '한 지붕 두 가족'과 비슷한 1사 2체제의 방침에 따라 SK㈜와 SK C&C가 현 조직구조 등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채 SK주식회사로 통합되는 과정을 지휘하게 된다.

예를 들어 SK주식회사는 조대식 SK㈜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의 각자 대표 체제로 구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옥 역시 현재와 마찬가지로 기존 SK㈜ 인력은 서울 광화문의 SK 서린빌딩에, SK C&C 인력은 경기도 분당 사옥에서 근무할 예정이다.

이 밖에 SK㈜와 SK C&C의 홍보팀도 따로 운영되는 등 부서 간 통합도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의 영역과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영역이 각각 독립성을 유지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SK㈜의 한 관계자는 "아직 조직 변동 등 전반적인 사항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양사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두 회사의 성격이 다른데 굳이 합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SK㈜와 SK C&C의 PMI팀은 이처럼 양사를 물리적으로 융합하지 않는 대신 화학적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방침이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연 현금자산 1조3,000억원가량의 '실탄'을 확보한 사업지주회사로 도약하게 된다. SK C&C 단독으로는 연 현금자산이 3,000억원에 못 미쳐 공격적인 해외 진출과 인수합병(M&A)을 통한 빠른 성장이 어려웠지만 SK㈜의 자금력이 합쳐지면 상당한 규모의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된다.

SK㈜ 관계자는 "두 회사가 사업지주회사로 재탄생하는 만큼 SK C&C 기존 사업의 글로벌 진출 확대, 신규 성장동력 발굴 등에 더 많은 자원이 투입될 것"이라며 "SK C&C의 사업 능력과 SK㈜의 인적·물적 자원,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능력이 융합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SK주식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정보기술(IT) 서비스, 중고차 매매 플랫폼·(엔카), 모바일 금융,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사업 등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합병 이후 SK주식회사의 총자산 규모는 13조원이 넘는다.

이에 맞춰 조 사장과 박 사장도 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박 사장은 ICT 분야의 신성장동력 발굴과 국내외 기업 M&A를 통한 사업 확대·개편에 비중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박 사장은 SK텔레콤,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마케팅전략·사업개발 등을 이끈 전력이 있어 SK그룹 내 ICT 전문가로 꼽힌다. 지난 1994년 SK그룹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인수부터 시작해 SK하이닉스 인수에도 관여한 M&A 전문가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재무통'인 조 사장은 사업 관리와 투자 전략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SK㈜에 재무담당으로 입사해 재무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SK 측은 "SK그룹의 숙제였던 지배구조 문제가 SK주식회사 출범으로 풀린 후에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더욱 매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두 경영진은 PMI팀 지휘와 함께 구성원들의 동요를 막는 작업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SK주식회사의 출범을 계기로 SK C&C의 전산시스템(SI) 사업 부문이 물적 분할될 것이라는 업계의 추측과 관련, 박 사장은 최근 내부적으로 "전혀 관련된 계획이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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