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0.1%성장에도 경제민주화 타령만 하니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3ㆍ4분기 경제성장률(잠정치)은 전분기 대비 0.1%에 그쳤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파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2009년 1ㆍ4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앞서 10월의 속보치 0.2%에 비해서도 반 토막이 났다. 경기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다는 방증이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의 수렁에 점점 깊이 빠져들고 있다.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도 더 든다는 얘기다. 기업들은 이런 불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정부는 4ㆍ4분기가 바닥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의미 있는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한은이 하향 조정한 연간 성장률 2.4% 달성마저 물 건너갔다고 시인할 정도다. 더욱이 미국의 재정절벽이 현실화하거나 또 어떤 충격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기가 가라앉으면 일자리부터 줄어든다. 성장이 멈추면 경제적 약자가 더 고통 받는 법이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의 충격이 더 커진다. 그나마 괜찮다는 대기업과 금융권도 구조조정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드니 버틸 재간이 없는 것이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환율마저 떨어져 수출전선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비명을 지르는 상황이다.

지금 대내외 경제여건은 비상한 각오를 다져도 헤쳐나갈까 말까다. 외환위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다 겪어봤지만 이번처럼 서서히 파고들어 숨통을 조여오는 불황은 처음이라며 대응책 마련도 마땅치 않다는 게 경영일선의 한목소리다.

그런데도 정치판은 그야말로 딴판이다. 나라경제의 위중한 국면은 안중에도 없다. 오로지 표만 긁어 모으겠다는 심산에 퍼주기 복지와 공허한 경제민주화에 매달리고 있다. 한은은 기업투자 부진이 3ㆍ4분기 저성장 쇼크에 가장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고 한다. 세계경제의 동반부진과 대선을 앞둔 불확실성에다 경제민주화 이슈가 온 나라를 흔드니 기업의 투자의욕이 생겨날 턱이 없는 게다. 대선 후보들은 10일 경제 분야를 주제로 두번째 TV토론을 개최할 예정이다. 누가 경제민주화의 적임자이냐를 두고 또다시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봐야 하니 가슴이 턱 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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