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 증시에서 투자자들의 관망심리가 커지면서 코스피시장의 거래체결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의 거래체결률은 39.83%였다. 해당 통계를 낸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거래체결률이란 주문이 실제 거래로 얼마나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거래량을 주문량(매도·매수 주문량의 평균)으로 나눠 구한다. 일반적으로는 비율이 높을수록 시장의 유동성이 좋다는 의미다. 한때 90%에 육박했던 거래체결률은 2012년 12월 76.48%로 하락, 지난해 4월과 11월에는 각각 66.96%, 54.79%로 내려앉았다. 주식 거래대금이 기록적인 수준까지 줄어든 지난해 12월에는 42.04%를 기록하더니 지난달에는 30%대로 추락했다. 즉 100주 주문을 냈다면 불과 30주만 거래가 체결됐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거래체결률의 하락이 투자자들의 관망세에 기인한 것으로 봤다. 시장충격이 있거나 지수가 올라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면 반드시 팔거나 사려는 의지를 보이지만 증시가 방향을 잡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눈치만 살피고 있다는 것이다.
변동성을 찾아보기 힘든 장세도 거래체결률 하락에 일조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지난 18일 11.47로 장을 마쳤다. 2003년 코스피200변동성 지수가 집계된 이래 처음으로 11선까지 추락한 것이다. 변동성지수가 낮다는 말은 박스권이 거듭되며 주가가 정체되어 있다는 의미다.
알고리즘 매매의 증가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컴퓨터가 프로그램에 따라 짧은 시간에 많은 호가를 자동으로 내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거래체결률이 낮은데도 코스피시장의 매도·매수호가의 간격을 보여주는 최우선호가 스프레드는 지난달 220.91원(0.57%)까지 좁혀졌다. 2000년 이래 최저치다. 유동성의 질을 보여주는 지표인 최우선호가스프레드는 작을수록 거래 가능성이 커지고, 클수록 거래비용이 늘면서 거래체결이 어려워지는 게 일반적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론적으론 최우선호가스프레드가 작아지면 거래가 늘어야 정상"이라며 "그러나 거래체결률도 동시에 낮아진 것을 보면 방향성에 확신이 없는 투자자들이 적극적인 투자의지 없이 그냥 관망만 하는 분위기임을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