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세상] 서구가 정한 규칙따라 게임하는 中이 위협적?

■ 왜 중국은 서구를 위협할 수 없나
(에드워드 스타인펠드 지음, 에쎄 펴냄)
제조업 '아웃소싱'에 치우칠때 서구는 신기술 개발 기회 삼아
"美, 中 견제보다 파트너 관계를"


미국 정부는 지난 18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의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맞으면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파격적인 의전을 보여주었다. 후 주석이 도착하는 앤드루스 공군기지에는 조 바이든 부통령 내외가 영접을 나갔고 첫날 두 정상은 백악관 관저 내 가족 식당인 '올드 패밀리 다이닝룸'에서 만찬을 가졌다. 중국이 미국과의 핑퐁 외교를 시작한 지 40주년이 되는 해에 이뤄진 양국 정상의 특별한 만남에 지구촌의 이목은 집중됐다. 중국이 명실상부한 세계 2대 강국(G2)으로 성장한 데 이어 조만간 미국을 비롯한 서구를 따라잡고 세계를 제패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 속에서 이뤄진 양국 정상의 만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MIT 중국 프로그램 총책임자인 에드워드 스타인펠드는 "중국의 약진은 서구에 위협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중국의 경제 성장은 미국에게 이익이 된다며 기존의 '중국 위협론'과 정반대의 시각을 보여준다. 그 이유는 중국이 '국가 현대화'라는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서구의 경제 질서에 스스로를 통합시킴으로써 서구가 정한 규칙에 따라 게임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서구가 정한 규칙에 따른 게임이란 2차 세계대전 후에 미국이 주도해 규정했고 서구의 모든 선진 산업국가가 다양한 형태로 실천해온 현대 자본주의를 뜻한다. 중국은 글로벌 생산 체제로 대변되는 세계화의 흐름에 적극 편승하기 위해 서방의 게임 규칙을 통째로 '아웃소싱'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즉 체제를 강제로 변화시키기 위해 중국은 해외 기업들과 기타 외부 주체들에게 국내 산업의 구조조정을 맡겼다는 것. 이 같은 아웃소싱은 산업 뿐아니라 무역, 외환관리, 정부의 기능, 기술관료들의 교육에까지 파급 효과를 미쳤으며 결국 중국이 근본적으로 서구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저자는 "중국의 변화 덕분에 서구 선진국들은 오히려 이익을 누렸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중국으로부터 싼 물건을 공급받는데 그치지 않고 세계의 공장 역할을 자처한 중국이 제조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안 미국 등 선진국들은 지식산업과 신기술 개발에 힘을 모을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이 변화하기 시작한 시점에 대한 시각도 기존의 견해들과 다르다. 중국 정부는 지난 1978년 12월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 개방' 정책을 추진하면서 이 모든 변화가 시작됐다는 입장을 펴고 있지만 저자는 진정한 변화의 출발점을 이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톈안먼(天安門) 사건 직후 몇 년 동안이라고 주장한다. 덩샤오핑의 초기 개혁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중국의 현재 모습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며 톈안먼 사태 이후인 1990년대 일어난 일련의 변화가 중국에서 일어난 진정한 혁명의 시발점이라는 뜻이다. 이 혁명은 인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다른 혁명들과 마찬가지로 정치ㆍ사회ㆍ경제적 변화가 한데 뒤엉켜 일어났다. 그렇다면 미국은 지금처럼 중국의 부상을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며 적극적으로 견제하는 것이 옳은가. 저자는 "미국은 국제적 체제에 안정을 가져오는 환경을 조성하는 동시에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변화를 수용하는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이 바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이익을 위한 길이자 세계 전체의 이익을 위한 최선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1만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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