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경제 동맹시대 열렸다] "한·중FTA 두번 결렬 위기… 소주 놓고 크게 대립"

■ 협상 뒷 이야기
中 소주 발효공정규정 고수에 윤상직 장관이 협상 진두지휘
예외조항 두는 방식으로 매듭
中 '원산지 기준' 등 잦은 번복… 협상단 자리 박차고 나오기도

최대교역국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막판에 양측 대표단이 소주의 비관세 장벽을 놓고 크게 대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측이 희석식 주류인 국산 소주에 발효공정 규정을 유지하려 하자 우리가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직접 국내 주류업계 관계자와 통화해 협상을 지휘하면서 예외조항을 두는 방식으로 매듭이 풀렸다는 후문이다. 이뿐 아니라 이미 합의한 내용을 중국 측이 수차례 번복해 두 번이나 협상 결렬 위기를 겪기도 했다.

우태희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은 12일 "교역 품목만 1만개가 넘는데 마지막까지 쟁점이던 원산지기준의 경우 우리 측 요구안이 7~80%까지 반영됐다"며 이같이 전했다.

원산지기준은 한국산 원자재가 얼마나 포함돼야 완성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느냐를 정하는 것으로 가공수출 비중이 큰 우리 기업에는 중국 수출의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원산지기준이 엄격하게 정해지면 FTA의 최대 효과라 할 수 있는 양허에 따른 관세철폐가 무력화될 수 있는 탓이다. 실제 중국이 부가가치기준(RVC)과 세번변경기준(CTH)을 동시에 충족하는 결합기준을 들고 나왔는데 전체 품목의 19.4%인 1,010개를 이 기준을 따르자고 주장했다. 우리 측은 끈질긴 협상을 통해 이를 47개로 줄였다. 대부분의 결합기준을 없앤 셈이다.

우 실장은 소주 등의 비관세 장벽 철폐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강조했다. 우 실장은 "중국이 희석 소주인 우리 소주에 효소발효공정을 넣어야 한다는 규정을 고수하려 하자 장관이 주류회사 관계자와 통화해 수출 가능 여부를 알아봤다"며 "결국 예외 조항에 소주를 넣는 방식으로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제14차 공식 협상이 시작된 6일부터 협상 타결 선언이 나온 10일 사이에 두 번의 협상 결렬 위기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7일 오후 중국이 합의한 내용을 번복하자 우리 협상단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가까스로 협상이 재개된 8일 늦은 밤에는 중국이 협상 내용에 반발해 협상장을 나갔다. 우 실장은 "두 번의 위기를 겪은 만큼 협상을 짜 놓고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번 기회를 놓쳤으면 한·캐나다 FTA와 같이 장기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해 우 실장은 "TPP가 내년 상반기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전망한 뒤 "우리의 참여 시기는 열차가 역에 도착할 때까지 기다린 후 탈 것이냐, 달리고 있는 열차에 뛰어 탈 것이냐와 같다. 달리는 열차 뛰어 타려다 보면 다칠 수 있다"고 신중을 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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