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수필] 계산법(정태성 언론인)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계산법을 지니며 산다. 어떤 사람은 명분·명성을 중히 여기고 또 어떤 사람은 돈·실리를 중히 여긴다. 먼 것은 싫다하고 눈앞의 현찰을 챙기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의 이익을 더 중시하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는 내세우는 계산법과 속셈이 서로 다를수도 있다.사람들은 이렇게 제각기 다른 계산법에 따라 남들과 거래하며 산다. 이해득실의 계산법이 서로 다르니만치 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으나 실제로는 그런 거래가 더 원만하게 잘 이루어지고 있으니 세상 사는 이치는 참으로 오묘하다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는 손해를 덜 보는 계산과 거래도 잘 이루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계산법, 그러면서도 거래가 불만없이 잘 이루어지고있는 현상은 비단 개인간의 일에 그치지 않고 나라와 나라 사이, 나라와 민간사이에서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자, 그렇다면 정부와 5대 그룹이 약속한 구조조정계획은 도대체 어떤 계산법에 따른 거래일까. 국가운명이 걸린 막종지사인 5대그룹의 개혁은 불경스럽게 어찌 거래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호통 칠수도 있겠다. 그러나 거래라는 말을 지나치게 상스러운 것으로 낮출것은 없다. 거래는 주어진 조건중의 선택이라는 고상한 뜻도 지닌다. 정부의 선택 그리고 5대 그룹의 선택이 합치하여 이루어진 것이 그 개혁이라고 풀이해야만 무엇보다도 시장원리를 숭상한다는 정부의 명분이 살수있지 않겠는가. 물론 최선의 계산법도 계산된 성과를 반드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계산이 맞는 경우보다 틀리는 경우가 더 많다. 다만 거래할 당시엔 자신의 계산이 틀린 것을 모를뿐이다. 거래 당시의 계산이 다 적중한다면 이 세상엔 실패란 없다. 그래서 어떤 계산법에 따른 거래이든 서둘러 의기양양하거나 미리 주눅들 필요는 조금도 없다. 약속된 5대 그룹 구조조정계획안에는 참으로 많고 다른 계산법이 다 동원되어 있는듯하다. 정부의 입장, 국민경제의 입장, 기업의 입장, 근로자의 입장등 무수한 계산법이 한데 범벅이 되어 있는듯 하다. 그중 어떤 계산법이 거래자의 만족을 장차 이끌어낼지 아직은 확실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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