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종자산업을 육성하자

흥농·중앙·서울 등 국내 굴지의 종자회사가 세미니스·노바티스 등 외국의 거대 종자회사에 흡수 합병된 사례나 최근의 수출장미의 로열티 지급과 관련한 종자분쟁은 우리 종자산업의 현주소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인류 식량문제를 해결할 종자의 중요성이나 21세기 고부가가치산업으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데 근본원인이 있다. 연구개발이나 기술투자 등 정부차원의 지원이나 종합관리체제도 미흡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일본·영국 등 선진국들은 일찌감치 종자산업을 미래의 유망한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인식해 국가차원의 관리와 지원을 해오고 있다. 종자산업은 과거와 같이 식물육종 중심의 단순 산업이 아니다. 종자육종은 물론 유전공학, 식품·약품·화학·전기·기계 등 첨단 과학과 기술이 요구되는 복합산업이다. 최근의 종자산업은 첨단 유전공학과 최신 경영기법이 뒷받침되는 유망한 벤처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유전자변형 농산물의 실용화에 따른 종자산업의 부가가치는 엄청나다. 전세계 종자시장규모는 연간 약 450억 달러 수준이나 종자생산·유통·수출입에 다른 전후방 연관사업을 고려한다면 전체 시장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이러한 종자시장을 두고 선진국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계 각국은 다른나라의 정보수집, 우수자원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종자관련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파이어니어, 몬산토, 노바티스 등 신진국들의 다국적 종자기업은 지난 1980년대부터 세계 종자시장의 여건변화에 대응한 기업 구조개편을 이뤄 왔다. 막대한 자본과 최신 기술, 국제적 판매망을 갖춘 다국적 종자기업에 의한 종자산업의 지배는 세계 농산물 시장구조를 바꾸어 놓을 것이다. 신품종의 상업화에 따라 야기되는 지적재산권의 보호에도 국가적 노력을 기울인다. 세계무역기구·국제식물신품종 보호연맹·경제협력개발기구 등에서 국제적 공동규범에 의한 권리보호를 앞장서 주장하고 있다. 우량종자의 기초가 되는 식물자원의 수집에도 적극적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100여년 전부터 전세계의 자원수집에 역점을 두어 이제 주요한 자원은 거의 확보해둔 상태다. 미국은 44만점, 일본은 21만점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겨우 14만점 정도의 국내외 자원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고 보유자원에 대한 특성검증이나 활용정도가 낮고 민간차원에서의 협조도 미흡하다. 종자를 둘러싼 국내의 여건은 급속히 변해가고 있다. 이러한 여건변화는 국내 종자산업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국내 종자회사는 외국회사에 흡수·합병당하고 있고, 농민은 국제규범에 적응하지 못해 비싼 로열티를 물어야할 처지다. 종자산업을 제대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차원의 시책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기능 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당연히 종자산업이 가진 중요성이나 다가오는 21세기에 종자산업이 가져올 고부가가치에 대한 평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 6일부터 3일간 영국 케임브리지에서는 세계종자대회가 열렸다. 미래의 인류식량문제를 해결할 중요성을 강조하고 종자의 기술발전·종자산업의 제도개선·법적규범 등이 논의됐다. 종자전문가는 물론 소비자·정치인·환경론자들이 모여 종자문제를 국제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다가오는 21세기 종자산업이 가져올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정부차원의 종합관리체제구축과 연구개발확대, 민·관·연·학계의 역할분담과 협조체제구축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우리 종자를 지키고 보전하여 길이 후손에 물려주어야 한다는 국민적 인식이 중요하다. 종자는 생명이요, 민족의 자산이다. 종자주권을 확립하여야 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이다. 金在水(농진청 종자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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