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가득한 목포, 화려한 분수쇼… 겨울바다가 춤춘다

새벽 어판장엔 활기 넘치고 바다·불빛 어우러진 목포항
고하도 고도설송 풍경 장관
새참으로 먹는 자장면 '중깐'… 70년 전통 코롬방 빵맛은 덤

목포의 밤바다를 수놓은 바다 분수는 이제 목포가 자랑하는 명물이 되었다.

목포항 공동 위판장에서는 매일 새벽 4시30분 갓 잡아 온 생선을 중간 상인들에게 넘기는 경매가 열린다. 원근해에서 잡아 온 갈치 조기 등 생선들이 바닥을 뒤덮고 있다.

목포의 맛집 중화루의 중깐. 중깐은 새참에 먹는 자장면이라는 의미다.

가난한 뱃사람들이 살던 다순구미마을은 따뜻한 햇볕만 마음대로 누릴 수 있었던 가난한 마을이었다.

겨울로 접어드는 목포는 부산했다.

오전4시30분 찬바람이 부는 어판장에서부터 오후 늦은 시간 영산포길까지 오가는 사람들은 분주하고 활기에 넘쳤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목포에는 여유가 있었다. '목포의 눈물'이 끝없이 되풀이되면서 흘러나오는 이난영노래비가 그랬고 어선들 옆에 닻을 내린 요트의 모습이 그랬다. 밤바다를 수놓는 '춤추는 바다분수'도 목포의 풍류를 상징하는 듯했다. 해발 고도 300m도 안 되는 낮은 산이지만 바위를 품고 번창하는 도시와 바다를 굽어보는 유달산의 모습도 여유롭기는 매한가지였다. 이번주 나들이는 산업화 과정에서 맞닥뜨린 역경과 고난에 맞서도 여유와 풍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목포와 목포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목포어판장의 새벽=살아 뛰는 목포의 맥박을 느껴 보려면 우선 어판장부터 둘러봐야 한다. 오전4시30분 세상이 잠든 시간 목포어판장은 이미 불야성을 이루고 있었다.

경매에 참여한 중도매인들은 어림잡아 300~400명. 어판장 바닥은 배에서 갓 내린 갈치와 조기 등 생선으로 뒤덮였고 상인들은 물고기의 크기와 선도를 가늠하려는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녔다. 드디어 한쪽 끝에서부터 경매가 시작되자 경매사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로 가격을 불렀고 상인들도 야구 코치들의 사인 같은 손놀림으로 가격 신호를 보냈다. 어떻게 흥정이 되고 거래가 성사됐는지 알 길은 없지만 경매가 끝나자 상인들은 궤짝을 옮기기 시작했다.

기자가 옆에 있는 상인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묻자 경매에 정신이 팔린 그는 "목포어판장의 1년 거래 위탁액은 1,500억원 정도 된다. 하루 평균 4억~5억원 정도 거래되는 셈"이라며 귀찮은 듯 자리를 옮겼다.

요즘 한창 제철을 맞아 어판장에서 거래되는 조기·갈치는 제주 서쪽 동지나해 어장에서 잡아오고 있다. 안강망 어선의 경우 밀물썰물 때에 맞춰 하루 두 번 들어오는데 갈치·병어·조기 등 여러 종을 함께 잡아 배에서 분류작업을 해 가져온다. 잡은 물고기를 그물째 가져와 항구에서 거두고 분류하는 유자망 어선과 다른 방식인 셈이다.

◇고하도=목포에서 남쪽으로 약 2㎞ 떨어진 곳에 해안을 감싸 안고 있는 고하도는 높이 보이는 유달산 밑에 있는 섬이라는 의미로 고하도 (高下島)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역민에게는 보화도 (寶化島), 고하도(高霞島), 칼섬이라고도 불린다. 고하도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을 끝내고 무너진 조선 수군의 전체 전력이었던 전선 13척을 이끌고 수영을 옮겼던 전략 요충이었다. 장군은 이곳에서 원균이 칠전량해전에 패한 후 겨우 수습한 전함 13척과 수군 1,000명을 40여척, 8,000명으로 늘렸다. 그런 내력 때문에 섬에는 장군의 자취를 기념하기 위한 이충무공기념비(지방유형문화재 39호)가 있다.

이와 함께 섬 전역은 이충무공유적지(지방기념물 10호)로 지정된 바 있다. 목포항의 관문인 고하도는 육지에서 바라보면 오른쪽이 용머리 모습으로, 왼쪽은 용의 몸통 모습처럼 길게 드러누워 있다. 유달산 낙조대나 일등바위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아름다운데 특히 밤에는 바다와 불빛이 어우러진 야경을 즐길 수 있다.

겨울철 고하도에서 빼놓을 수 없는 풍경은 고도설송(高島雪松)이다. 고도설송은 고하도 산봉우리로 올라가는 초입에 서 있는 눈 덮인 소나무의 아름다운 풍경을 말하는데 기자가 고하도를 찾았을 때는 아직 눈이 오지 않아 설경은 구경할 수 없었다. 다만 여인의 각선미 같은 잘 생긴 소나무의 모습만은 확인할 수 있었다.

고도설송에서 10여분을 올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탕건바위가 나타난다. 기자를 안내하던 관광해설사는 "목포에서는 가뭄이 들면 기우제를 고하도 탕건바위에서 지냈다"며 "다른 지역에서 하늘에 비를 내려달라고 빌던 것과 달리 목포에서는 비를 안 내려주면 하늘이 숨겨놓은 금은보화를 가져가겠다고 협박하는 방식으로 비를 기원했다"고 말했다.

◇목포시내 관광지=관광이라고 해서 근사한 경관이 펼쳐진 곳만 찾아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화의 뒤안길에서 잊혀져가던 달동네를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맛이다. 어느 도시든 이 같은 달동네는 한두군데 있게 마련인데 목포에서는 다순구미가 바로 그런 곳이다. 다순구미는 행정구역명으로 온금동(溫錦洞). 공짜인 햇볕만 마음대로 누릴 수 있는 동네라는 뜻이다. 이곳에는 주로 가난한 뱃사람들이 살았는데 조금때(바닷물이 조금밖에 들지 않는 물때)면 너나없이 육지로 들어와 아내와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가졌다. 예로부터 이 동네에 같은 또래들이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주민들 생일이 비슷하게 겹치게 마련인데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또 자라서 아버지를 따라 뱃사람이 되고, 결혼을 하고, 뱃일을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죽는 운명의 대물림이 이어지던 마을이 바로 이곳이다.

◇김대중노벨평화상 기념관=목포에 왔다면 김대중노벨평상 기념관을 빼놓아서는 안 된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노벨상을 받은 인물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기념관을 목포 삼학도에 건립하게 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이 유년시절부터 정계에 입문하기까지 활동한 곳이 목포인데다 그의 철학과 신념이 목포에서 활동하며 굳어졌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2000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된 노벨 평화상 시상 모습과 수상 사유,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그의 업적 등이 소개돼 있다.

◇목포의 맛집=목포에서는 처음으로 생크림을 사용한 코롬방 제과점은 1940년 문을 연 전통의 빵집이다. 이곳은 지방도시의 빵집 같지 않게 큰 규모를 자랑하는데 지명도만큼은 대전의 성심당과 견줄 만하다.

맞은 편에 위치한 영산포길 오거리 중국집 '중화루'도 유명한 맛집이다. 상낙동 일대는 외정시대부터 일본상인과 조선사람들이 모여 번창했던 상가였고 이 같은 상권은 해방 이후까지 이어졌는데 중화루는 바로 이곳에서 지난 1950년 개업했다. 중화루의 간판 메뉴는 '중깐'이다. 중깐은 끼니 사이에 새참으로 먹는 자장면이라는 뜻으로 자장은 쇠고기를 넣어 볶고 면발이 소면처럼 가는 게 특징이다. 가는 면발은 익숙지 않았지만 자장 맛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전9시에 열어 오후9시에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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