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 가운데 일본 펀드가 가장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올해 초 엔저 현상으로 일본 증시가 크게 오른데다 지난달 '2차 엔저 현상'이 발생하면서 일본 펀드에서 수익률 대박이 터졌다.
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서 집계한 설정액 10억원 이상 해외 선진국 주식형펀드의 올해 수익률을 살펴보면 일본 펀드는 32개 펀드가 평균 39.4%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미국 펀드는 24개 펀드가 평균 30.16%를 기록했고 유럽 펀드는 25개 펀드가 평균 17.8%의 수익률을 보였다. 일본 펀드 가운데는 '우리일본스몰캡증권투자신탁 1[주식]클래스 C1(51.27%)' 'KB스타재팬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A(47.51%)' '미래에셋재팬인덱스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종류I(46.04%)' 등이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다.
해외 선진국 펀드 가운데 일본 펀드가 우뚝 선 것은 올해 초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해 말 집권한 뒤 양적완화 정책을 계속 유지해 엔화 가치를 떨어뜨렸다.
엔화가 급락하면서 일본 기업의 수출이 활성화됐고 일본 증시가 회복세를 나타낸 것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1월 한 달간 7.15% 상승한 데 이어 2월(3.78%), 3월(7.25%), 4월(11.8%) 등 네 달간 꾸준히 올랐다. 일본 증시는 이후 조정을 받았지만 지난달 '제2차 엔저 현상'이 나타나면서 또다시 급등했다. 지난달 엔화가 달러당 100엔대를 2개월여 만에 다시 돌파하면서 닛케이225지수가 9.31% 상승한 것이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올 한 해 상승률은 46.3%로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20.74%), 미국 S&P500지수(24.37%), 독일 DAX30지수(19.34%), 프랑스 CAC40지수(12.6%), 영국 FTSE100지수(10.18%) 등 주요 선진국 증시의 대표지수 상승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임승관 KB자산운용 퀀트운용본부 부장은 "일본은 환율과 주가의 상관관계가 가장 뚜렷한 국가 가운데 하나"라며 "올 초 엔저 현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른 뒤 5월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조정을 받았지만 지난달 엔저 현상이 재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펀드가 올 한 해 고공행진을 펼쳤지만 내년에는 유럽 펀드에 비해 성과가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져 상승 여력이 높아진 반면 일본 증시는 현재 밸류에이션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과 미국은 주가지수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유럽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덜 올라 상승 여력이 높다"며 "최근 펀드자금도 유럽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해 내년에는 유럽 증시의 강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펀드조사기관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에 따르면 8월 이후 11월 초까지 서유럽에 257억달러가 유입됐고 미국(184억달러), 일본(74억달러)은 이보다 강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펀드에 대한 투자 전략은 일본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분할 매수하는 방식이 좋을 것으로 평가됐다.
옥혜은 우리자산운용 매니저는 "일본 엔화가 급격하게 강세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내년에 일본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나타낼 위험성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일본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마다 분할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