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 개편이 완료되면서 게임 업계가 기대감에 차 있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게임 규제 일원화로 규제 일변도 정책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조직 개편에 맞춰 국내 게임업체들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주요 게임 관련 부처 장관 교체로 정부의 게임 규제에도 전반적인 변화가 뒤따를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가장 관심을 받는 곳은 새로 신설된 미래창조과학부다. 미래부가 박근혜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창조경제를 전담하는 주무부처로 부각되면서 정보기술(IT) 출신이 미래부의 수장으로 잇따라 포진된 덕분이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 내정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과 카이스트 교수 출신이고 윤종록 제2차관은 KT와 벨연구소 등을 거친 IT 전문가다.
게임 업계는 게임산업이 창조경제를 이끌 대표주자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이어졌던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미래부가 주도하는 정부 차원의 게임 진흥책이 본격적인 기틀을 잡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윤종록 미래부 2차관도 차관 내정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게임과 인터넷 관련해서 중독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이 그동안 IT 결과물(게임∙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에만 익숙했기 때문"이라며 "관련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진흥책을 통해 게임 중독이 아닌 게임 개발 자체에 중독이 되도록 이끌겠다"고 말했다.
심야시간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셧다운제'로 정부 게임 규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던 여성가족부에도 변화의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여성부는 당분간 셧다운제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윤선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셧다운제 효과를 위해서라면 개선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당장 제도 전반에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더라도 게임 업계와 정부의 소통이 한층 강화된다는 점에서 게임 업계는 청신호라는 평가다.
게임 진흥과 육성이라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 규제 일원화를 올해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문화부와 여성부로 게임 규제가 나뉘면서 정책 혼선이 늘고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충분히 수용하겠다는 설명이다. 문화부는 이달 안으로 주요 부처와 업무 협력을 거친 뒤 게임 규제 일원화를 위한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게임 업계도 게임 규제에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주요 게임 관련 단체의 수장에 사상 처음으로 정치권 인사를 영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1월 한국e스포츠협회장에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이 선임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을 한국게임산업협회장으로 맞았다. 정부의 게임 규제에 적극 대응하고 게임 업계의 현안을 정부에 알리려면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소통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주요 게임업체들도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는 사회공헌활동에 한층 나서는 한편 기능성 게임 출시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와 게임 업계의 이 같은 노력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게임에 대한 체계적인 진흥책이 마련되지 않은 데다 기존 게임 규제를 둘러싼 정부의 인식도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해 초에는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7명이 게임 업계 전체 매출의 1%를 게임중독치유기금으로 징수하는 법안을 발의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위정현 콘텐츠경영연구소장(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 업계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진흥 정책과 합리적인 규제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한국 게임산업은 앞으로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정책의 입안과 집행을 서두르기 보다 공청회를 비롯한 의견 수렴이 충분히 선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국산 게임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27억8,700만달러보다 8.9% 늘어난 30억3,400만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영화, 음악, 드라마 등 전체 콘텐츠사업에서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절반이 넘는 5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