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경쟁력 최대무기 상실/자동차수출가격 인하·공격적 마케팅으로 맞대응/조선“최대피해자” 생산성향상·원가절감만 기대/전자해외생산 확대·고가품 주력화 등 진로변경/기계수출부진보다 안방잠식우려 더 커 ‘이중고’올들어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엔화약세가 더 빠른 속도로 진행돼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이 급격히 악화되자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엔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는 자동차, 전기·전자, 조선, 기계 등 주력 수출업계는 『수출을 하면 할 수록 손해』라고 할 정도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일본업체들이 엔화약세를 활용해 제품 수출가격 및 수주가를 대폭 낮추거나 대대적인 판매지원에 나서 우리의 최대 장점인 가격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각 업체들은 일본업체들의 가격 인하공세에 대한 맞대응을 검토하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특별한 묘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주력수출업종이 당하고 있는 엔저영향 및 대책에 관해 알아본다.
◇자동차=수출가격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이 엔저를 등에 업고 미국·유럽·중남미 등 대형시장에서 일부모델의 가격을 내리고 현지 금융지원을 크게 늘렸기 때문이다. 또 현지메이커들도 시장방어차원에서 가격을 인하해 가격경쟁력을 최대무기로 수출해왔던 국산차가 해외시장 곳곳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자동차업계는 ▲일본업체들의 가격인하폭에 상응하는 수출가격 인하 ▲각 지역에 맞는 광고 및 판매비지원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맞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화가 급격한 약세를 보이기 시작한 이후부터 각 지역담당자들을 모두 현지로 급파, 시장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특히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도 함께 떨어지고 있어 이를 활용한 전략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선=수주산업이라는 특성상 환율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 특히 세계조선시장에서 치열한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이 우리업체들이 달러베이스로 수주하고 있는데 반해 엔화를 기본통화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환율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는 최근 엔저 영향으로 일본에 비해 5% 이상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1달러당 1백엔대를 유지해야만 일본업체들과 경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는 이에따라 중국, 베트남 등에 블록 및 기자재공장을 건설, 건조원가를 낮추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생산성향상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지금같은 엔저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같은 자구책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자=일본시장에서 가격경쟁력 약화가 가속화되면서 수출이 뚝 떨어지고 있다. 엔저가속화로 일본업체들이 한국산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공세에 나서면서 가격경쟁력의 이점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럽 등 다른 지역에서도 일본처럼 심각하지는 않지만 어려운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에따라 올해 수출목표 달성이 불투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는 엔저파고를 넘기 위해 ▲해외생산 확대 ▲판촉활동을 통한 브랜드이미지 제고 ▲고가 고급형 제품의 수출강화 등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도 수출비상체제로 전환, 컬러TV 등 10대 주종상품에 대한 품목별 수출확대회의를 잇달아 열어 수출차질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기계=지난해 하반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기계류 수출이 엔저영향으로 더욱 감소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일본업체들이 가격을 대폭 낮춰 판매하고 있어 일본제품과의 가격격차가 5% 정도로 좁혀졌다.
수출도 문제지만 업계가 더욱 우려하고 있는 것은 일본제품의 수입증가. 엔저에 힘입어 일본산 공작기계 등 첨단 자동화기기의 수입이 늘어나면서 가뜩이나 부진한 내수판매가 더욱 위축, 어려움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업계는 이에따라 일본제품과의 차별화를 위해 ▲저가형 기종 개발 ▲일반관리비 절감 등을 통해 가격경쟁력을 높여 나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산업1부>